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인어 수영장 -2018.10.20.토

별신성 2018. 10. 20. 12:25

인어 수영장
-신성-

커다란 네모난 욕조
인어들이 각자 던져진 레일을
자유롭게 헤엄친다
타일 위 그려진 원고지 위로
지은 죄를 먹물로 썼다지우며
한칸한칸 못다한 고해를 한다

응어리진 하얀 죄
들었다 놨다 써래질 치며
짠 바다로 돌려보낸다
다들 심해에 빠지지 않으려
수면 위를 오가며 가쁜 숨을 내쉰다

욕조에 빠진 나비들처럼
인어들이 거미줄에 걸린듯 첨벙댄다
다행히 아직 포식자는 없었지만
혼자서 두려움에 질식할지 모른다

지친 인어들이 하나둘
배를 하늘에 대고 드러눕는다
1차원 긴 수평선 길 따라
흐물거리는 2차원 수면을 따라
떠돌고 표류하는 유유한 방황
누군가 뒤집힌 배를 바로 새워도
하늘이 목적지인걸 아는지
인어들은 다시 드러누워
뻐끔거린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시간은 끝없는 사색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