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름에(을)사무치다
-신성-
옛날 언덕위 밭고랑
숨어있던 비름나물.
어찐 영문인지 그 비름이
이제는 마트 할인코너에 놓여있다
그 저렴한 추억을 사다
끓는 냄비에 한 시름을 끓이자
어머니의 향취가 튀어나와
울컥 나를 데친다
한 큰술에 고추장을 담그는 어머니
- 땡뼡에 따는 고추는 엄청 지겨웠었지
한 큰술에 메주를 다시는 할머니
- 아궁이에 삶은 노랑콩은 주워먹기 바빴지
한 큰술에 깨를 터시는 아버지
- 방앗간 깨뽂는 냄새 참기름 냄새 가래떡 냄새
여섯쪽 마늘 논 한 페이지 심던 마늘골
- 찬바람에 마늘을 심을땐 따뜻한 구들창이 그리웠었지
추억에 데쳐진 비름나물은
시골의 채취와 풍경과 버무려져
맛있게 함께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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