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하얀 세월 -2018.09.14.금

별신성 2018. 9. 15. 12:54

하얀 세월
-신성-

머리색은 왜 까말까?
까만 밤처럼 무얼 가리고픈 걸까?
빛이 없다 꿈이 없다 자포자기한 걸까?
화려한 꽃처럼 피지 않아도
초록색 광합성이라도 해보면 좋을텐데
까만 색 까만 불평으로
열심히 지우던 시절.

어느날 불쑥 튀어나온 새치에 놀라
이게 내 털인가 애써 뽑으며 부인을 한다.
검은색 흰색 검은색 흰색
바랜 회색도 아니고
너무 상반되는 색이 아니냐
내 속에 뿌리박은 하얀 세월들.
한가닥 머리털에 시작된 흰 공격은
미래의 내 색깔을 하얗게 칠해버렸다.

의도치 않은 하얀 세계로의 항해.
한때 하얀 세상을 꿈꾸던 내가
그럴빠에는 내가 먼저 하얘지는게
더 빠른 선택이라 믿고 싶었나보다

하얀 세월의 독촉에
검었던 나는 하얗게 명도를 높여간다.
난 누굴 위해 날 하얗게 칠해 가는걸까
하얀 나에게 무얼 그리 그리고 싶을걸까

*머리를 염색하면서 나를 번거롭게 하는 흰 새치에게 투정을 부리다가 세월에 투정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