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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만료와 자유에 대한 고찰 -15.04.02.목

별신성 2015. 4. 2. 20:34

계약 만료와 자유에 대한 고찰

-박원주-

계약서에 서명하시오.
내가 살아갈 날짜가 적힌 계약서 종이한장.
계약을 지키기 위해 나의 삶을 바친다.
허겁지겁 들이닥치는 매일의 시간을 살다보니
정확한 계약서의 숫자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달력을 넘기다 어느새
계약만료라 적힌 동그라미를 보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계약 만료.
이제 당신은 자유입니다.
원치않던 자유와 기다리던 자유의 공존.
간사한 나는 갑작스런 자유가
갑자기 두려워졌다.

아..
내가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젠 이곳을 떠나야하는구나
항구 없이 표류하는 비정규직 인생길.
영원한 삶을 꿈꾸며 언제나 방랑하는 나그네길.
난 어디로 가야할까?
떠나는 거기엔 무엇이 있을까?
꿈과 희망도 시한부 인생에게는
어떤 위로도 되지않는다.

떠나자.
가두던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아무런 구속도 없는 원점에서
다시 찍을 마침표 종점을 향해 떠난다.
아이와 같이 다시 태어난
어른 아이의 첫걸음.
이제는 자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