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발품 -24.2.17.(토)

별신성 2024. 2. 18. 00:13

발품
-박원주-

아이에게 솜사탕을 사주고 잠시뒤
”내꺼니까 먹지마.“ 눈을 흘긴다.
내 것?!
어디까지가 내 것인가?
엄마가 배아파 낳은 몸이 내 것인가?
지구가 선사해준 땅이 내 땅인가?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시간이 내 시간인가?
빈 손으로 와서 누군가에게 받은 돈이 내 돈인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생명, 존재, 영혼이 내 것인가?
내 것이라 하기엔 너무 근거가 부족한
내 것들이라 불리는 것들.

그래서 걸었다.
내 발자국이 남으면
남들이 자기꺼라 우기지 않을 거 같아서,
내 땀방울이 흘리면
내가 쓴 중고는 내 것일 거 같아서,
내 흔적을 묻히면
내 것이라 불러도 덜 미안할 것 같아서,
그래서 걸었다.
내 것이라 생각했던 흐릿한 풍경 속을 걸으며
내 것이라 불렸던 것들에게
강아지처럼 틈틈히 내 자취를 묻혔다.
내 것 아닌 친구로 내 추억을 묻혔다.
내 것 아닌 것들에게 오지랖 넓게
“내 이름 까먹지마”
욕심을 부렸다.


* 저번 연휴에 걸었던 서호 우편이 이뻐서 다시 서호를 산책했다. 지나는 길에 탕롱황성을 다시 방문했는데 새단장을 해서 볼게 많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