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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나의 기상도 -19.6.14.금

남다른 나의 기상도 -신성- 쉿! 남들이 잘때 깨어나야합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은 내가 움직이기에 적당한 풍경이죠 가장 일찍, 가장 높은, 가장 깊은 곳에 다다라야 합니다 제 자신 벗고서 있는 그대로를 보는 시간이죠 뜨는 여명을 혼자 받아 먹습니다 광합성을 하듯이 피부로 삼켜 먹습니다 흐르는 하늘을 혼자 저으며 바람도 구름도 훑으며지나게 온몸을 쭉 펴 봅니다 이제껏 숨도 못쉬던 아가미를 물속에 담급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가미들이 투명한 촉수를 뻐끔거리며 "난 죽지 않았다" 간절히 외친 그 고백에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세상이 깨기전 바다로 가야합니다 깨져 가루가 된 세상을 밟으며 투명한 바다에 들어가야 합니다 파도는 바다의 숨소리 고요한 바다속 파도의 가슴에 몸을 파뭍고 바다의 심장소리를 들읍시다 바다가 ..

부당한 일입니다 - 19.6.13.목

부당한 일입니다 -신성- 부당한 일입니다 당연한 일이다 생각지 마세요 사랑대신 당신의 힘이 느껴졌던 일입니다 제가 웃으며 "네" 했다고 당신의 말대로 움직였다고 동조했다 수긍했다 단정짓지 마세요 부당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던 일입니다 핑계를 대며 애써 살아남으려 한다고 약해 빠졌다고 절 탓하지 마세요 강자에게 약할 수 밖에 없는 밀림 저나름 최악 대신 최선을 택했다 이기적이라 정죄하지 마세요 부당한 일입니다 세상에 가까이 있다 모르고 당한 일입니다 제가 떠나는 순간 고발해야할 억울함입니다 왜 그렇게 말해야 하나요 왜 이렇게 몰아야 했나요 어리고 약한 나를 죄책감으로 묶어둬야 했나요 바늘과 바늘을 찌르며 온 몸을 관통한 물레의 저주 깊은 잠에 빠져버린 난 누가 깨워줘야하나요 부당한 일입니다 나에게서 끝내야..

악역 배우 캐스팅 -19.6.12.수

악역 배우 캐스팅 -신성- 배우들이 앉아 커피를 마신다 주어진 역활에 대한 솔직한 심정 저마다 몸짓으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마피아가 있어" 울리는 짧은 단발의 총성 마피아란 단어와 함께 연극은 시작돼 버렸다 마피아를 찾겠단 목적의식도 없이 감정이입이란 간단한 워밍업도 없이 갑자기 낮설어진 눈빛들을 바라보며 어디쯤인가 있을 끝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 누가 악역인지 누가 속이는건지 지켜보며 자초지정 생각을 했지 마피아가 있거나 없거나 마피아가 나거나 너거나 내조차 나를 잘 모르거나 어짜피 긴 인생 속고 속이는 연극이겠지 내가 마피아다 눈치껏 거짓말을 쳐보자 나조차 날 속이면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룰을 이해했으면 유리한 게임 아닐까 내맘대로 안될 인생이니까 즐길 재미라도 열어보는거지 진실도 진심도 없는 인생 마..

퀵고잉의 추억 -19.6.11.화

퀵고잉의 추억 -신성- 숨바꼭질하는 너를 찾아 눈짓 한번에 네게 오른다 10분이란 디폴트 시간 누운 대지를 박차고 잠자는 너를 깨우며 가속 패달을 잡아당긴다 우리의 목적지는 너무 가깝다 애초 먼 목적지는 우리 바램이 아니였다 너를 타고 속도를 날리며 지나는 풍경을 가차없이 버린다 목적지에 다다라 우리는 깨닫는다 내 목적지는 너가 아니였구나 네 목적지도 내가 아니였구나 수단이란 짧은 동거는 딱 거기까지 우리는 함께 한 것이다 헤어지는 우리는 더이상 미련으로 서로를 보지 않는다 함께한 시간은 추억으로 환산되고 날라온 문자 한통에 추억운 날아간다 결제 한번에 모든 계약은 끝난다 한순간 내게로 왔던 너는 한순간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킥고잉을 아침 수영장 갈때 처음 타 보았다 ​

오늘자 노래소리 -19.6.10.월

오늘자 노래소리 -신성-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반복되는 하루는 얼마나 억울한가 윤회를 피해 돌파구를 찾자 돌고도는 지구가 따라오지 못하게 부리나케 회사를 박차고 일상을 뛰쳐나온다 지구는 누가 돌리나 일상은 누가 돌리나 내 삶은 누가 돌리나 매일 돌고도는 지하철이 원인인가 졸면서 탔던 버스가 원인인가 (내 발로 걸어들어간 건 절대 원인이라 부르지 말자꾸나) 매일 어디론가 날라주는 그들의 자비함은 너무나 값싸고 손쉬운 무자비함 눈앞에 보이는 자전거를 집어타고 반복이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저 한강 끄트머리로 냅다 내달린다 억겁의 윤회로부터 도망을 친다 속도를 높여 바람을 가르며 홍해에 수장 당한 이집트군처럼 따라오는 윤회의 사슬들을 바다로 쳐넣는다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 저전거가 빠르다 이젠 홀가분..

소변의 근원 -19.6.9.일

소변의 근원 -신성- 입으로 물을 마셔서 안에 가득한 줄 알았는데 물먹은 구름처럼 먹은 물들이 사라졌다 콩팥 콩팥 사라진 물이 뜬금없이 밭에서 난단다 투명하게 마셨던 물이 겁탈되고 난도질된 채로 콩팥콩팥 뜬금없이 이제사 솟아난단다 입구와 출구는 분명 아는데 원인과 결과가 연결된 곳 없구나 얽히고 설킨 우리네 운명 다쓰고 내팽겨진 우리네 인생 한줌 두줌 세줌 네줌 오줌이 되어 흘러나와도 어떻게 지내다 여기에 온건지 배설되어 싸질러지기전 하고픈 말은 없는지 잘가란 한마디 배웅하는 이도 없이 섹스 섹스 외치던 음부를 씻고선 소리없이 바깥으로 흘러 가버리는구나 *급하다고 휴게소도 지나쳐 왔더니 참느라고 혼났다​

익숙한 사랑 -19.6.8.토

익숙한 사랑 -신성- 익숙한 내 방에서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내 향취가 자는 그곳 낮익은 몸을 깨우며 가릴 것 없는 익숙한 동작으로 해맑게 젊디 젊은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사랑은 익숙함 아니던가요 오래 참았던 부드러움 오랫동안 기억하던 포근함 해야지 해야지 하며 못내 끝내 사랑을 못했던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그대가 없어도 몸이 없어도 끝없는 익숙함으로 나를 비비며 죽어갔던 손길들 스담스담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잘 살았어요 잘 살고있어요 잘 살꺼예요 다음에도 익숙한 내 침실을 위해 날 똑닳은 날 위로하며 다독여주겠어요 이제는 든든히 자라난 어른이 나와 익숙한 사랑을 하겠어요 *가족여행을 마치고 내방에 누웠는데 익숙한 내가 들어와 자는 느낌 넘 좋다​

흘러가는 어머니 -19.6.7.금

흘러가는 어머니 -신성- 세월이 흘러가도 변치않는 게 있겠습니까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아, 어머니는 그대로 계신데 어디로 계속 흘러가는 겁니까 장미꽃이 만개하자 어머니 마음도 덩달아 웃는데 화사하게 피어났던 어머니는 어여쁜 저 장미꽃을 두고 어디로 계속 져가는 겁니까 섬진강이 빗물에 불어났네요 어머니는 다슬기 백숙이 맛나다 하셨는데 어머니는 빈그릇 남겨두고 어디로 계속 떠나는 겁니까 시집와 애낳고 맞벌이하다 산전수전 이제사 손주들 여행이 넘 좋다는 어머니 말 어머니 행복하시지요 어머니 너무 행복하시지요 어머니 행복하셔서 저도 너무 행복합니다 세월이 흘러가네요 다시 핀 붉은 장미 제 가슴을 내리쳐도 다시 먹은 다슬기 백숙에 다슬기 씹혀도 어느새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없네요 흘러간 어머니 따라 저도 같..

한눈을 팔다 -19.6.6.목

한눈을 팔다 -신성- 눈깔 단디 붙들라우 총성이 휘몰아치는 밤 칼과 칼날이 먹이를 찾는 밤 시선에 베이지 않고 눈알만 잘 지키자 언젠간 나갈 수 있겠지 동그란 눈알 굴러다니지 않게 잘 붙들면 되겠지 안일함에 한눈을 팔다 어디론가 굴러가버린 눈 다시 찾아야하는데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분간도 없이 잃어버린 눈 방심한 사이 훔쳐간건가 내가 뽑아서 줘버린건가 저놈인가 이놈인가 지나가는 시선들은 도둑놈들 시선이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린다 조심해야지 잃어버린 눈을 찾아헤메다 지나가는 부러움에 또 침이 흐른다​ 아차 한눈을 또 팔았구나 방심의 찰나​ 그새 남은 눈알마저 어디로 굴러가버렸다 시선이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린다 *잘생기고 몸좋고 돈 많고 매너있고 그 사소한 거미줄에 내 시선이 걸리다​

허물어지다 -19.6.5.수

허물어지다 -신성- 웃음이 허물어진다 깨진 표정사이로 눈물이 고여 이제껏 지켜온 입술이 터진다 그래 여기까지야 더이상은 아니야 늦은 밤 라디오처럼 무심코 흘러나오는 넉두리 속에서 내린 결론을 듣는 순간 곧바로 몸은 실행에 옮긴다 다시 쌓아야할까 다시 쌓기엔 너무 허물어져 버린걸까 언제 무너진지도 모르는 널부러진 벽돌을 껴안고 다시 일어서자 다시 돌아가자 울부짖어도 대답없이 굳어버린 딱딱한 마음들 그래 다같이 허물어져 가는데 좀 허물어졌다 정죄할 필요는 없지 그러려니 그려러니 내 욕심이 쌓인 거겠지 처음 누웠던 낮은 대지 거기로 다시 부르는 거겠지 미련없이 떠나는 걸음이 참 어이없이 가벼운 거겠지 *누군가의 불화에 나도 껴있다는 건 우리의 문제인데 당사자는 그런거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