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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접붙이기 -24.3.26.(화)

생각 접붙이기 -박원주- 너에게 내 생각을 접붙인다. 언어가 다르고 뉘앙스가 다르고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긴 쉽지 않다. 그냥 머리를 바꿀까? 네 목을 멀뚱히 쳐다본다. 어디쯤 짜르면 될까? 그냥 머리 속 뇌를 바꿀까? 오해없이 편견없이 내 생각과 같은 네 생각은 언제쯤 네 머리 속에 자랄 수 있을까? 한참을 내 생각을 접붙이다 너무 색다른 네 모습을 보고 과연 내 생각이 잘 열릴지 고심의 겨울이 길기만하다. * 행사를 하는데 동시통역이 잘 안되서 말이 많았다. 내년에 동시통역은 사전에 미리 면접을 해봐야겠다.

재밌는 정치 -24.3.25.(월)

재밌는 정치 -박원주- 고민이 반복되고 역사도 반복되고 사람 사는 게 모두 비슷해서 내게 집중하다가도 사람들은 어찌사나 눈이 돌아간다. 이랬음 좋겠다 말하는 게 이렇게 좀 해라 불평하는 게 그만 좀 싸우라 투덜대는 게 아직도 그모양이냐 한숨짓는 게 어쩌면 내게 하고픈 말일지도 모른채 나도 어느새 정치인 다 되었다. 나도 어느새 정치가 재밌다. * 나이 드신 분과 말을 하면 모든 화제는 다 여당 야당 시시비비로 흘러간다. 정치는 재밌다가도 재미가 없다.

물꼬 -24.3.24.(일)

물꼬 -박원주- 바다를 만들기로 했다. 파놓은 획을 따라 계획한 깊이를 따라 물살이 흐르길 물길을 달랜다. 미리 밟으면 길이 되겠지. 좀더 수월히 지나가겠지. 익숙히 흘러가겠지. 어떤 간절함을 쏟으며 빈 바다를 채워나갔다. 물꼬야. 언젠가 물이 지날때 이리로 흘려다오. 내 그린 지문을 따라 날 잊지않고 내게로 그 물을 흘려다오. 파고 또 파고 밟고 또 밟으며 바람의 길이 한 소리가 되듯이 딱 내가 지날 그정도 물꼬를 이으며 파고 또 파고 살고 또 살고 어딘가 끝날 한 점을 향해 바다를 그어나갔다. * 일년중 가장 큰 행사 준비로 바쁘다. 시간과 동선을 체크하며 무사히 행사가 마치길 응원했다.

푸는 시간 -24.3.3.23.(토)

푸는 시간 -박원주- 푼다. 쌓인 코를. 푼다. 뭉친 몸을. 푼다. 생긴 문제를. 푼다. 꼬인 실타래를. 푼다. 갖힌 나를. 언제 쌓였는지 뭉쳤는지 생겼는지 꼬였는지 갖혔는지 모를 풀이들 푼다. 내 머리 속 긴 시간을. * 와이프에게 화를 낸걸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이야기하며 서로 풀었다. 항상 부족한 나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

하청업자의 시간 -23.3.22.(금)

하청업자의 시간 -박원주- 바다가 섬을 삼켜 버렸다. 바다를 벌하기로 했더니 바다가 강물이 잘못했단다. 강물은 냇물이 잘못했단다. 냇물은 실개울이 잘못했단다. 실개울은 비가 잘못했단다. 비가 구름이 잘못했단다. 구름이 하늘이 잘못했단다. 하늘이 땅이 잘못했단다. 땅은 사람이 잘못했단다. 사람들이 내가 잘못했단다. 내 잘못이란다. 억울하게 옥에 갇히면 어찌할꼬 했더니 속에서 내 잘못이 아니란다. 날 이리 키운 부모 잘못이란다. 부모를 그리 키운 할매 할배 잘못이란다. 아담과 하와 잘못이란다. 모두 신의 잘못이란다. 바다는 죄로 넘실대는데 아무도 바다를 탓할 수 없었다. 모두가 죄인이기에 바다에 뛰어들 수 없었다. * 행사 준비를 하면서 기관들마다 요청사항들을 반영하고 체크하려니 실수가 많다. 하지만 기관마..

그리고 또는 -24.3.21.(목)

그리고 또는 -박원주- 그리고 또는 그리고.. 나 또는 너 그리고 나.. 바다 그리고 땅 또는 하늘 그리고 별 또는 바람.. 존재들이 겹쳤다 흩어졌다 반복하고 있다. 존재들이 경계를 그었다 지웠다 파도치고 있다. 어디까지 육지인지 어디까지 바다인지 출렁이는 파도는 해변에게 답해주지 않았다. 서로를 넘어가 서로가 되었다가 다시 서로를 넘어가 남남이 되었다. 우리는 하나다 한 몸이라 껴앉았다가 우리는 다르다 갈라서 소리를 지른다. 나는 너를 해석하고 너는 나를 해석하고 읽은 서로를 다시 맞춰 보아도 그도 파도처럼 출렁이며 해변이 되었다. 정확한 걸 좋아한다 선을 그어도 어느새 출렁이며 우리를 부수고 해변이 되었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이냐 여기저기서 두리번 거리던 눈동자들이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외치..

화난 사람 -24.3.20.(수)

화난 사람 -박원주- 화가 나 화냈더니 왜 화내냔다. 웃는 건 되지만 화내는 건 안된단다. 화가 나도 꾸욱 참아야한단다. 그러는 그를 보니 어느새 화를 내고 있다. 그지? 화내는 건 당연한 거지? 화도 내고 풀고 그러는거지? 그게 사람이지? 우리 서로 너무 좋은 것만 보여주려 했지? 좋든 나쁘든 함께하는거지?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한 그 맹세 잊지 않은거지? 화 풀어~ * 와이프에게 화가 나서 화를 냈더니 많이 서운해 한다. 어찌 풀어야하나 고민이다.

ㄱㄱ계단 -24.3.19.(화)

계단 -박원주- 평평한 길을 원했는데 계단이 놓여있다. 이 높다란 계단을 어찌 올라갈까 한참을 쳐다본다. 왜 이리 일이 많으냐 왜 이리 오르막이냐 불평을 한참 했더니 계단이 말한다. 올라오라고 오를 수 있다고 굽은 손을 내게 내민다. ㄱ자 손이 내 발에 꼭 맞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한손 한손 꼭꼭 맞잡는다. 높이 올라 세상을 바라본다 내게 잠시 나는 걸 보여주려했구나. 계단을 내려오며 세상을 보니 모든 게 계단이다. 연속인 줄 알았던 시간, 직선인 줄 알았던 세상, 모든 게 다 계단이다.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고 1,0,1,0, 나도 너도 계단이다. 모두가 계단이다. * 일이 많고 왜이리 오르막이냐고 불평을 했더니 계단이 내게 말했다.

아기의 탄생 -24.3.18.(월)

아기의 탄생 -박원주- 아기가 태어났다. 덩그러니 놓인 아기를 보며 누구 애기인가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를 닮지 않아서 그냥 두었다. 아기가 운다. 시끄럽게 우는 아기가 안스러워 주의를 둘러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가슴에 빈 젖을 물리며 아기를 달랜다. 아기가 웃는다. 귀여워 같이 웃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불쌍해서 나는 울었다. 아이도 나를 따라 같이 울었다. 아기가 날 쳐다본다. 물끄러미 나를 보는 아기가 어느새 나를 닮아있다. 아이고 내새끼 내새끼였구나. 날 닮았으니 아빠라 부르렴 하다가 그래도 될까 모르겠다 후회를 한다. 내 살기도 버거운데 널 어찌하면 좋으냐 날 어찌하면 좋으냐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불쌍해서 나는 울었다. 아이도 나를 따라 같이 울었다. * 신입이 들어왔는데 어찌 가르쳐야..

다 알고 할까? -24.3.17.(일)

다 알고 할까? -박원주- 뭘 다 알고 하려니 늦고 뭘 다 알고 하기도 어려워 그냥 뭣도 모르고 하기로 했다. 무슨 의미도 모르고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다가 당연히 해야하니 본능처럼 하고있다. 시행착오도 많고 오류도 많은 내 삶. 그렇게 삶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삶이 소비되었다. 의미를 알고 살기엔 살기가 바쁘고 의미도 모르고 살기엔 내가 없는 처음도 끝도 없이 흘러간 내 하루. * 중학생 세례식을 보며 저 어린아이들이 뭘 알고 세례를 받을까 생각이 들었다. 뭘 다 알아야한다고 하기엔 그렇지 못한 내삶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