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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 눕다

가을의 문턱에 눕다 -박원주- 가을의 문턱에서 대돗자리를 꺼내 깔았다. 화석마냥 외로운 녀석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달빛이 이내 창가를 넘어와 뉘엿 내 곁에 다정히 눕는다. 눈이 부셔서 아래로 돌아 눕혔다. 까만 풀벌레 소리도 와서 눕고 애타게 우는 아기냥이 소리도 와서 눕는다. 빨리 애미냥이도 와서 누워야 할텐데. 다와서 쉬고 누워 잠들거라. 오늘 하루 수고함을 대나무의 살결은 알아 주겠지. 그내들도 속을 비우고 비우며 저 하늘을 채웠으니까. 이 펼친 돗자리는 여름밤 많이 넓고 저 은하수 많이 포근하단다. 어느덧 풀벌레 소리도 자고 아기냥이도 새록새록 잠들고 어미냥이도 와서 누웠다. 정겹게 모두가 둥근 지면에 누워 잠드는 이밤. 우리는 땅위에서 땅밑으로 가는 연습을 하지. 지평선처럼 평행하게 영혼을 누인..

풀벌레들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요

저녁부터 풀벌레소리의 합주가 시작되네요. 오늘밤은 달빛 선선하게 추억여행을 떠나기 좋을듯 합니다. 그윽한 가을밤이 여름을 살짝 접어놓고 청초하게 펼쳐집니다. 풀벌레들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요. 날개로 몸짓으로 소리를 내죠. 사람은 입으로 말하기에 너무 쉽게 말하고 상처를 주는거같아요. 풀벌레처럼 온몸으로 소리를 낸다면 고요한 가을밤에만 옆의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껏 속삭일꺼예요. 왜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기억하면서 잔잔하고 듣기좋은 풀벌레 양의 노랫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걸까요? 목소리가 크다고 이기는게 아니라면 침묵속에 울리는 풀벌레 소리의 선율을 더듬어보세요. 매미보다 깊은 울림에 깜짝 놀랄 겁니다.

수(필수)필 201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