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짧은 정상 -19.1.25.금

별신성 2019. 1. 25. 20:47

짧은 정상
-신성-

누가 시작한지도 모르는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
정상이 먼지도 모르는 나도
어느새 오르고 있습니다

미끄런 길 가파른 길
돌길, 눈길, 진흙길,
풀린 다리 언 손을 토닥이며
정상의 끝 올라 두리번 거립니다

정상에는 보물이 없었습니다
사랑도 성공도 꿈도 없었습니다
나는 여기를 왜 올랐나?
흐르는 땀을 딱는데
젖은 옷속으로 찬바람이 스며듭니다
정상에 부는 바람을 부여잡아 보아도
허탈히 풍경 속으로 달아나 버립니다

그러나 모두가 올랐던 정상에
값진 보물도,
소망을 둘 아무도 없기에 참 다행입니다
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왁자지껄 떠드는 세상이
더 내가 내려갈 곳임을 알려줘서 다행입니다
이 정상에서 다시 힘겹게 오르지 않아도
이곳에 집도 회사도 나도 거하지 않아도 되기에
미련없이 내려올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오르는 길이 그토록 길고 험난했던 정상이
순식간에 내려와 쉴 수 있어서
우리 인생은 참 다행입니다.

*백록담을 처음으로 올랐다. 저번엔 눈이와서 진달래밭까지만 올랐다. 백록담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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