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모기랑 여름밤이랑-2018.07.17.화

별신성 2018. 7. 18. 02:16

모기랑 여름밤이랑
-신성-

"소마구간에 모기불 좀 피워라"
아버지가 볕짚 불을 이리저리 흔들고나면
감나무 장독대까지 흰 연기가 자욱하다

청마루에 빨간 모기향도 피워 놓으면
어머니 정성스레 저녁상을 나르신다
찬장에서 간장, 젖깔, 김치를 꺼내 놓는다

수제비가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
주황색 전구에 나방 날아다니는 소리
모기 잡느라 제 살 따귀를 때리는 소리
빛바랜 가족액자 옆 거미줄 치는 소리

밤이 깊어 갈수록 까만 하늘이 내려오고
까마득한 여름밤은 눈먼만큼 요란스럽다

수돗가 등목 하다 토란잎 장난을 친다
"나중에 추어탕 먹기 싫제?"
"가서 모기장이나 펴라"
할머니 핀잔에 시무륵 사랑방으로 간다

장농 귀퉁이 하나 거울 귀퉁이 하나
네 귀퉁이 찾아서 궁전마냥 걸어놓고
혹시 구멍이 있나 바늘로 보수를 한다

옥수수 삶으려나 기대를 했지만
오늘밤은 별냄새가 없는게 그냥 자야겠구나
오줌은 마려운데 모기장이 귀찮다
밤늦게 일어나 쏟아지는 은하수속에
꿈인가 생신가 비몽사몽간 쉬를 하다
밤심한 모기 한방에 잠이 훅 달아난다

그때로부터 아득히 먼 이밤,
모기 물린 빨간 자국에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그때 피어오르는 모기불 하나 은하수 생각에
피식 웃다 물파스를 바르고 다시 눕는다

모기 몇번에
여름이 가고 일년이 가고
모기장이 가고 추억이 가고
그렇게 우리네 인생이 간다

*모기에게 물렸을 뿐인데 옛날 여름밤 생각이 뭉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