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끊긴 피의자
-신성-
#2
"어제 아침엔 멀쩡했던거 같습니다"
급하게 굴러가는 일상을 쫒느라 바빴으나
출근, 업무, 회의...
분한한 하루를 다 쳐냈으니
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믿고 싶다
#1
"밤마다 기억이 사라집니다"
나는 누워 있는데 누운 기억이 없다는 사실
처음엔 사소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 사소함이 사소함일까
알 수 없는 큰 사고의 공백이 생겼고
곧 나는 차원의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4,#3
"나는 지금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나는 방금 침대에 누웠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이
그 직전의 사실과
연결고리를 상실한다면
나는 무엇을 믿고 무얼 근거로
나라는 현실을 이어 나갈수 있을까?
#5
"나는 변함없이 나입니다"
필름이 끊긴 사이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믿음.
- 바뀌거나 재탄생되거나 죽었거나 알수없거나 -
끊어진 시간과 사라진 기억이
지금 나와 방금 나를
끊어 버리지는 않는다는 믿음.
그 신실한 믿음 속에
필름이 끊겨 또 잠이 들어도
지금 나를 방금 나로 생각하고
나와 나를 이어나간다
#6
"언젠가 나는 끊어져 버립니다"
이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더 굳건한 믿음을 지닌 채
아침에 흩트러진 나같은 파편을 주워
나로 여겨지는 나같은 이에게
쓸어 담는다
* 어제도 누었는데 정신없이 필름이 끊긴 것처럼 잠들어서 아침에 부래부랴 정신을 챙겨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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