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옥상에 올라
-박원주-
난 오늘도 일해야한다
강박증에 헐레벌떡
눈꺼플을 들었다가
아 오늘은 쉬는날이구나
덤으로 얻은 흐뭇한 하루에
오늘을 천천히 음미하며 일어난다
터벅터벅 승진하듯 옥상에 올라
텃밭에 무성한 잡초를 뽑으며
여린 상추를 나인냥 토닥여준다
뽑은 잡초를 휙 던지며
굽은 허리를 펴다가
평소엔 미처 미쳐 미쳐서
보지못했던 하늘을
간만에 높이 우러러본다
아
개운한 푸른 하늘
아 시원한 바람소리 파도소리
내 마음도 두둥실 풍선처럼 떠오른다
하늘 옥상에 올라
이 세상을 바라보면
집도 땅도 사람도 조그많게
다 작게 보이겠지
너무 작아서 내 시력엔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세상이 다 그렇지
가까이서 보니 너무 거대해 보이고
안에서만 같혀 지내니
모든게 다 큰 문제들 같다
저멀리 하늘엔 흰 구름이 노니고
텅 빈 공간엔 종달새가 지저긴다
파스텔톤 나무들은 어느새
짧은 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시간
새아침 하늘 해변가에
덩그러니 낮선 아담이 서있다
그를 마주앉히며 스다듬어준다
위로 위로 위로
그는 발가벗었기에
이 태양이 더 포근할 뿐이다
에덴처럼 그저
이 하늘 옥상이 아늑할 뿐이다
* 아침에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좋은 주일 아침. 옥상에 올라 화창함을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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