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를 저주하다
-박원주-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려 해도
나의 질량은 진실을 왜곡하고
가까운 진리마저 다다르지 못하게 한다
또 핑계대고
거짓말을 해대면서도
본질을 말하고 직면할 용기는
내 속에 없다
나의 빈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이젠 신물날 정도로 지겹다
왜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가?
왜 나는 친구를 품어주지 못하는가?
왜 나는 내가 부모에게 받은 저주를
그대로 내 자식들에게 돌려주는가?
내가 뿌리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발아해버린 저주의 씨앗
내 삶 깊숙이 뿌리박힌 티눈처럼
끝없이 일그러져버린 까마득한 블랙홀 덩어리
고요한 숲속에 누워
빈 하늘에 나는 새들을 바라보며
내면의 시끄런 소음을 흩날린다
이제는
내안 깊숙한 저주의 실타래를 끊어버리고
숨고 가려지고 발가벗은 나를 꺼내
나로서 당당히 서고싶다
내 안의 저주를 노래하고 싶다
*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듣고 일그러진 우리의 소통의 근원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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