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구원기
-박원주-
해의 동무였던 사과는
햇살아래 싱그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누고
장렬히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처럼
나무에 메달려 생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사과나무에서 수직낙하 하지 않고
사람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기를
천국을 고대하듯 애타게 기다렸다
오늘은 죽을까?
내일은 죽을까?
언제 갈지 모르는 거친 미래를 넘기며
하루하루 숨조리며 살아 견뎠다
무덤덤해진 인내속에
부서지는 시간의 조각들
이렇게 생명을 잃어선 안돼!
비참히 썩어져선 안돼!
할복을 마치기전까지
절대 죽지 못했던 사무라이처럼
남겨진 숨들을 내쉬며
거친 세파를 견뎌야했다
긴 세월의 흐름은 처음처럼 끝이 없고
감가상각의 거대한 힘은
서서히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힘껏 남은 절규를 외쳐보지만
어느새 남아있는 건
꺼져갈듯 쭈글쭈글한 사과 한덩이
구멍난 동공속으로
불어대는 찬 바람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파편들도
그와 함께 점점
깊은 내면의 심해속으로 침전해갔다
그때쯤이였을까?
그를 들어올리는 거대한 힘
누군가 흐르는 손길에 몸을 씻겼다
실낱같은 희망과 찰나에 꾸는 꿈
급반전
널다란 돗자리위에
토막토막 전시된 몸뚱아리
침투하는 쓰라린 아픔과 괴로움의 전주곡
이렇게 여기서 죽는건가?
시간이 흐를수록 굳어져가는 몸뚱이
모든 아픔도
희망도 욕망도 사랑도 추억도 내려놓고
아주 깊은 잠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삼일이 지날 때 즈음
딱딱히 굳은 몸과 달리 멀쩡한 영혼
딱딱한 이생속 영원한 몸으로의 부활
사과는
누군가에게 살을 나눠주려는 원래의 꿈속으로
존재와 영혼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돌아왔다
* 어머니가 준 사과가 시들시들해서 잘게 썰어서 사과칩을 만들어 돗자리에 널어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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