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불로소득 차이-로또 당첨의 가치는 어떻게 환산해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누군가는 재력에 의해 풍족한 삶을 누리고 누군가는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기도 버겁게 살아가지요. 하지만 삶의 방식을 좌지우지하는 그 재산의 차이를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인정해 버리고 그 가치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너는 재산이 많구나 부자라서 좋겠다. 아버지가 재력가셨구나'하면서도 그런 재산을 축적한 가치의 이력을 요구하거나 결론적 상황에 특별한 이의를 재기하는 사람은 드물지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재산은 결과일 뿐 그런 결과를 일으킨 중대한 과정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재력의 근원을 아버지가 땅이 많으셨나보다 하고 넘겨 집거나 원래 땅이 많아서 재력을 쌓았나보구나 하고 넘겨 버리지요. 그런데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의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땅을 통해서 큰 돈을 버는 것. 그것이 부를 축적하는 합당한 원인과 결과에 해당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문제 하나를 선언하고 갑니다.

문제1: 땅을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사실 돈이라는 것은 가치를 환산하는 수단입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가치들이 존재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거나 거래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자본주의에서는 화폐나 현금을 통해 가치를 교환하지요. 옛날에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쓴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요즘은 조개껍데기 대용으로 금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아주 많은 조개를 발견해서 그 조개껍데기로 몰래 화폐를 만들어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면 어찌 될까요? 개인이 처리한 양은 시장에 파급을 줄 정도는 아닌 소량이니까 상관은 없을까요? 이렇게 기존에 실재 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무시한 가치의 탄생을 인정해야 할까요? 사실 기존에 화폐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자, 또 딱히 막을 대안이 지금 없으니까 그 사안을 용인해 줄 것입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누군가가 금광을 발견해서 계속 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물론 예로 언급한 금은 현존하는 여러 보석들의 대표주자로 거론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두번째 문제를 하나 언급하고 갑니다.

문제2: 금을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요즘에는 더 많은 돈의 종류가 생겼습니다. 금, 다이아몬드 같은 화폐의 대용물 말고도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의 가치를 거래하는 주식도 대표적입니다. 물론 채권과 어음 등 수많은 돈(동산)의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 다 언급할 수는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주식으로 포괄하도록 합니다. 기업의 가치는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아 하루에도 주가는 +30%~-30% 널을 뛰듯 뜁니다. 투자한 금액이 많을수록 그 차익도 커지지요.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전에 외국인으로 주식을 투자하여 많은 이익을 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물론 주식시장이 아닌 옵션시장이지만 주식시장을 통해 하루아침에 큰 돈을 버는 사례는 비일비재 합니다. 또 정부가 특정 사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 업체가 특정 제품을 공개하기 전, 그 정보들을 미리 획득하여 투자하여 대박을 터트리는 사례도 많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문제를 언급하고 갑니다.

문제3: 주식 정보를 획득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1~3)은 실재 가치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기준이 되는 돈(또는 화폐)의 파생상품을 거래하여 이윤을 남기는 것입니다. 과연 실재 가치가 아닌 파생가치나 화폐를 거래하여 이윤(돈)을 남기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요?

정답1: 문제가 없다.

네.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돈(파생상품)이 돈을 버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실재 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돈이나 파생상품의 교환(또는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시각1: 자본주의하에서 이것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의의 잦대로 판단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이것은 윤리나 도덕 종교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인 명제이기 때문에 그런 비경제적 기준을 들이대고 가타부타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좀 우수운 일이겠지요.
시각2: 돈 장사를 실재 가치 장사보다 장려할 순 없습니다. 돈 장사가 가치 장사보다 커지는 순간 실재 가치의 시장은 와르르 붕괴되고 말겠지요. 그러면 아무도 실재 가치를 생산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육체노동을 안하려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결국 사람들은 편하게 돈의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고 이것은 혁명과 같은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지요. 이것이 돈으로 돈을 버는 장사의 큰 맹점입니다. 결국 경제조직 구조상 피라미드의 상부(엘리트)만이 그 파생상품(부동산, 동산)시장을 점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안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대부분 정보에 의해 거래가 되고 그 기득권이 세습되지요.

그러면 여기서 실재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집니다. 보통은 실재 가치라 함은 시간과 노동(정성)을 들여 산출되는 결과물이라고 공유되는 것이지요. 농부의 땀으로 추수한 곡식과 같은 결과물입니다. 이것은 바로 인간의 의식주에 투입되어 소비되기에 인간의 삶을 영휘하게 하는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실재 가치는 과거 물물교환을 하던 시기에는 그 상품과 소비재가 정확히 구분가능 했었지만 요즘과 같은 다원주의 시대에는 그 요구와 소비의 폭이 너무 광범위해졌습니다. 의식주에 꼭 필요한 것 뿐 아니라 담배같은 기호식품에서 컴퓨터 게임, 레저상품까지 수많은 실재 가치들이 돈으로 거래가 되지요. 그래서 전통적인 실재 가치라고 단정짓기에는 참 별의 별 가치들이 다 교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노동을 통해 땀을 흘리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도출된 성과물이 가치있다고 판단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땀과 노동조차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다고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누구나 열심히 이불 손빨래를 하는 것보다 드럼세탁기를 돌리는 것이 더 가치있고 효율적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과거 노동집약적이던 가치들은 좀더 탈노동화된 가치들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쉽게 일하고 많은 가치나 돈을 버는 직업이 더욱 각광을 받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즉, 노동을 적게 하고 많은 돈(임금)을 가져가는 것을 누구나 당연시 하는 자본주의 시대가 지금입니다. 그리고 노동을 적게 투입하여 큰 돈을 버는 것이 어쩌면 목표인 시대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우리의 목표를 다시 정의하고 갑니다.

목표1: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벌기!(다음은 놀고 먹기)

많이 보던 문구이지요. 우리의 인생 목표들은 어쩌면 저 명제를 조금씩만 바꾸어도 다 상통하는 미션들입니다.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 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아주 부합되는 원리입니다. 그 최소의 투입은 과거 노동중심을 넘어 이젠 수많은 파생상품들의 집합들로까지 다양해졌습니다. 이기적인 인간은 편하게 살길 원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가 여기서도 잘 동작하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만일 최소의 투입이 아니라 정말 아주 작은 투입이라거나 아무런 투입없이 큰 돈을 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길을 가다가 로또를 주웠는데 당첨이 된다거나 주식 투자를 했는데 대박이 났다거나 등 정말 미미한 투입이 인생을 바꾼다면 어떨까요? 욕을 먹을까요 부러움을 살까요? 아마도 현재의 기준에서는 부러움을 살겁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불로소득에 대해 고민해 봅시다. 앞에서 언급한 정답1의 시각2에서 보았듯이, 실재 가치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불로소득을 장려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것은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궁극의 목표입니다. 노동이나 실재 가치의 생산없이 파생상품만을 거래하여 불로소득을 창출하는 것. 이것은 어쩌면 모두가 바라는 꿈인 것이지요. 도덕적으로는 날로 먹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은 '그 정보를 얻기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했다'고 애둘러 표현되기도 합니다. 주식거래나 땅투기도 실재 위험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력을 바탕으로한 돈 장사에서는 큰 성과가 남게 마련이지요. 결국 우리는 불로소득을 욕하면서도 갈구하는 이중의 잦대속에서 갈등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앞에서 고민해 보있듯이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 등 불로소득이 용인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저와 우리가 살고 있음을 잊으면 경기도 오산이지요.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목표1을 다시한번 명심하고 삶의 방향성을 정립해나가야한다고 뜬금없이 되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