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짓하는 배를 굶겨라
-박원주-
뻘짓하는 배를 굶겨라
죽을만큼 쫄쫄 굶겨버려라
비명소리가 아악 들릴때까지
이 배 저 배 보이는 족족 굶겨 버려라
다시는 풍요에 살찌지 못하게
다시는 교만도 얼신도 못하게
육체의 배를 비우고
영혼의 배를 띄우고
죽을만큼 쫄쫄 다 굶겨 버려라
배고프면 알테지 얼마나 배고픈지
배불렀던 그때가 얼마나 좋았는지
왜 그랬을까
그때 왜 그랬을까 그에게
이 반성 저 반성 내 반성 모든 반성
아~
배부를때 한짓이라곤 뻘짓 밖에 없었구나
그 배부름 그 체력 그 열정을 그 시간을
왜 그렇게 허무하게 흘려보내 버렸나
그렇게 허비할꺼 왜 쳐먹었나 싶다.
배의 한탄을 들어라(꼬르륵)
배의 참회를 들어라(꼬르륵)
나에게 벌어진 비극이 무엇인지.
꼬인 창자를 풀고 따고 넘어가자.
먹었던 긍휼
씹었던 감사
음미한 쾌락
배부른 축복.
일상의 반복은 기적의 반복.
기적을 몰랐던 일상의 살인.
무지했던 일상이여
무뎌졌던 영혼이여
내 일상이 그리도 배부른줄 몰랐더냐
내 영혼이 그리도 배고픈줄 몰랐더냐
벌찟하는 배를 굶겨고
기아에 허덕이는 영혼의 배를 채워라
시간의 배를 탈만큼 가볍게
인생의 배를 탈만큼 가볍게
배고픔에 순간순간 몸서리치며 살도록
또렷한 허기 또렷한 의식으로
남은 생은 순간순간을 살아가도록
이제는 인생을 음미하며 살아야지
목표를 먹고 인생을 먹고
사랑을 먹고 살아야지
나를 위해 죽고
나의 몸에 묻힌
음식에 대한 예의.
또렷한 배고픔
더 깊은 갈증으로
이 순간 이 사람과 이 시야 이 소유를
더 간절히 누리고 더 간절히 음미하며
더 쾌락 쾌락하고 더 사랑 사랑 하도록
벌찟하는 배를 쫄쫄 굶겨라
다시는 과거가 살지못하게
죽을만큼 쫄쫄 굶겨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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