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의 삶
-박원주-
입으면 그렇게 되는 주문을 외운다.
공주 옷을 입고 왕자 옷을 입고
내게 주문을 걸고 내가 마법에 걸린다.
거울에 비친 나는 미모와 권력을 입었다.
거울에 반짝이는 옷은 영원할 것처럼 화려하다.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하던 별들이
거울이 사라지자 이내 식상한 낮이 된다.
여태컷 같이 살았던 어느 인생처럼
그 하루하루가 지겨워서
그 얼굴이 못나서
그 옷자락이 지루해서
금방 벗고 떠나버린 어느 코스프레의 삶.
옷장에 걸린 옷은 언제 다시 꺼내 입을까?
* 아이가 키즈카페에서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의상을 입고 좋아하는 걸 보며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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