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자
-박원주-
사랑만큼 큰 거울이 내 앞에 섰다.
‘거부’
내 기준의 허상들을 반사해 돌려준다.
“No!"
아니 내 사랑이 싫다고?
아니 내 헌신이 싫다고?
거부자는 노(No) 외엔 일절 다른 말이 없다.
내가 맛있다 강요한 음식처럼
내가 재밌다 쳤던 장난처럼
내 사랑이 싫을 수 있겠지?
날 무례하게 느낄 수 있겠지?
한마디 비명처럼 가슴에 꼿힌 노(No)는
거울 앞에 날 세우고 심문을 시작한다.
사랑한 사실이 아니라 그 표현이 옳았는지?
헌신한 사실이 아니라 그 방법이 합당한지?
억울한 마음에 거울을 깨버리고 싶지만
그대를 사랑하기에
그대에게 헌신하고 싶기에
거울앞에 반사된 허상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너가 좋아하는 기호로
너가 웃어주는 개그코드로
다시금 하나씩 그려 넣었다.
많은 걸 바라진 않는다.
“응”
그 긍정의 짧은 키(key) 한마디.
거기에 나를 맞추기로 했다.
거기서부터 너에게 노젖기로 했다.
* 한국의 월남쌈 맛이 보고싶어서 직접 장도 보고 파인애플도 깍고 당근채도 썰고 야채도 씻고 데치고 했더니 두시간이 넘어
아내가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미안해.
'비타민 시++ > 옴니버스연습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밀 오픈 -24.2.26.(월) (1) | 2024.02.27 |
---|---|
쉬운 선택 -24.2.25.(일) (2) | 2024.02.26 |
젖꼭지를 만지며 -24.2.23.(금) (0) | 2024.02.24 |
놀 아이디어(I dear) -24.2.22.(목) (0) | 2024.02.23 |
참 안맞네 -24.2.21.(수) (0) | 202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