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나의 희망이다. 쉿

별신성 2013. 1. 21. 23:41

나의 희망이란 이런 것이다.

곧 올 것.

그러나 쉿.

그건 나만 아는 비밀이여야 한다.

겨울이 확실히 봄의 인기척을 꽁꽁 숨기듯

나비가 찔레꽃의 꿀맛을 뇌리속에 기억하지만

겨울 찔레나무에 번데기처럼 메달려 침만 삼키듯이

작년에 따 먹었던 그 앵두의 새큼함이

무딘 겨울 혓바닥을 꾸짓는 비밀이여야 한다.

 

얼음이 녹기전에 미리 꿈꾸어여야 한다.

내 피부가 얼음과 별반 다를 바 없어야 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겨울 광야길처럼 숨겨야 한다.

내 옷이 눈보다 따사롭거든 그 힌트도 벗어 던져라.

아무도 나의 희망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누구나가 품는 그런 가능성은 나의 희망이 아니다.

나만의 희망은 반드시 내가 열어젖혀야 할 유일한 것이다.

우주를 돌고 돌아도 세월이 돌고 돌아도

나만이 스치고 베이고 피가 흐르고 아픔을 느끼는

그것이 나의 희망이다.

쉿.

그것은 나의 비밀이다.

 

 

 

'비타민 시++ > 옴니버스연습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너의 잔영  (0) 2013.03.18
전 섹시한 꽃이예요  (0) 2013.01.22
문득 나를 그리다.  (0) 2012.10.08
제피나무 한나무  (0) 2012.09.26
흙을 밟자  (0) 201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