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졌다
-박원주-
불쑥 튀어나온 게시물 하나에
눈과 손가락이 홀려 따라간다.
클릭 한번에 각본은 뇌리에 전사되고
대리만족과 상상의 세계로
날 데려간다.
하나뿐인 몸뚱이,
한번뿐인 인생,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관계는
이곳에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
나도 저러면 어떤 느낌일까?
설레일까? 짜릿할까? 황홀할까?
더 더 더더더.
마지막 게시물의 손짓에
아쉬운 듯 흘러내린 침을 닦는다.
절정을 향해 달리다 끝나버린 사랑처럼
모니터에 비친 날 쳐다보며
한마디 불쑥 내뱉는다.
“에잇. 또 낚였네.”
“내가 졌다.”
*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을 안 할수는 없지만 쓸데없이 인터넷 하는 시간은 줄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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