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실록
-박원주-
세상에 역병이 돌았다.
죽을 뻔한 고비들을 넘겨 오늘까지 왔구나.
작은 기침에도
‘이 놈의 전투력은 어느정도일까?’
끓는 가래에도
‘별일은 없겠지?’
작은 미열에도
주마등 같은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역병이 지나가고
나는 또 감염되고 끙끙 앓고
몸과 영혼은 너덜너덜 상처 투성이가 된다.
팔 하나 다리 하나 잃지 않아 다행이다.
돌거나 미치거나 좀비가 되지 않아 다행이다.
비염, 천식, 이명, 대상포진..
연대기 역시처럼 동고동고 많구나.
상처와 후유증은 어느새
내 모습, 습관, 성격, 정체성,
내가 되었다.
세상에 또 역병이 돈다.
유행처럼 이 감염이 지나고 나면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을까?
이전에 날 감염시킨 한 습관처럼
내 아픔도 내 상처도
멋진 타투가 되어라.
* 해외 있어서 코로나, 감기, 바이러스병이 돌면 다들 골골 거릴 수 밖에 없네. 옆 회사분은 대상포진도 걸리고, 다들 기침 가래에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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