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밤(夜) 산책 -23.11.27.(월)

별신성 2023. 11. 28. 04:34

밤(夜) 산책
-박원주-

어둠이 내린다고 바로 밤이 오지 않네
눈을 감는다고 바로 잠이 오지않네

밤을 맞으러 떠나야 하네
아직 누이지 않은 몸뚱이를 누이고
아직 감지 않은 눈동자를 덮고
아직 꺼지지 않은 생각을 하나씩 끄고
아직 뛰는 심장은 잠시 멈추고
잠을 맞으러 떠나야 하네

그러다 죽으면 어쩌나
내일 못 일어나면 어쩌나
내일 고민은 내일 하고
오늘은 이만 죽어야하네

긴 동면 후 깨어날 개구리처럼
내일 또 새아침이 밝으면
투명한 눈동자를 한바퀴 굴리고
잘 잤다 기지개를 켜면
선물같은 새 몸을 입고
콩닥콩닥 새 심장이 뛰어다닐걸세

텅 빈 어두움 속에 눕는 걸,
마지막 남은 의지로 두 눈을 감는 걸,
끝내 놓치 못한 이성의 필름을 끊는 걸,
멈추지 않던, 멈출 수 없었던, 멈추면 안 되는
이 두근대는 심장을 멈추는 걸,
그렇게도 살고자 아둥바둥 발버둥쳤던
오늘의 나를 죽이는 걸,
두려워말게나

* 아이랑 밤 산책을 나가서 운동을 좀 시켜야 밤에 잠도 잘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