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요철과 굴곡 의 미 -23.11.29.(수)

별신성 2023. 11. 30. 03:46

요철과 굴곡 의 미
-박원주-

우리 모두가 곧지 않네.
다들 모난 요철과 굴곡을 지니고 사네.

왜 곧지 않느냐.
왜 모가 났느냐.
왜 돌고 돌아 가느냐.

굴곡진 해안선처럼
오르락 내리락 주가처럼
꼬였다 풀렸다 반복하는 인생길처럼
모두가 들쑥날쑥 요철을 품고 사네.

굴곡진 인생은 참 험난했었네.
이유도 모른채 굽이치는 기울기는
온전히 내가 운전대를 잡고 달려야했네.
꼬이고 꼬여서 어떻게 풀지도 몰랐지.
끊어버리고 끊어버리고 싶은데 끊어지지도 않았지.
누군가 리셋시켜 주길 간절히 기다렸었지.
굴곡은 곧아지기는 커녕
얼룩덜룩 울퉁불퉁 또다른 요철을 세기고 있었지.

언제 굴곡이 펴질까?
지금 회개하면 펴질까?
한번 회개하면 다 곧아질까?
계속 회개할 필요는 없는걸까?
언제것까지 회개해야 없어질까?
뭔가 찝찝한 고해성사처럼
굴곡진 인생은 반듯한 인생을 허락해주지 않았네.

나중에는 알게되겠지.
나중에는 지구가 둥근 걸 알았듯이
지난 후에 풍경이 아름다워 보이듯이
한참을 지난 후 바라다 보면
내 굴곡은 요철을 넘어 아름다워 보이겠지.

멀리서는 알게되겠지.
힘든 여정도 지도의 해안은 아름답듯이
멀리 공허한 은하도 은하수는 찬란하듯이
언젠가 멀리서 내려다 보면
내 굴곡은 울퉁불퉁 멋져 보이겠지.

그래~
요철을 이해해 주자.
굴곡을 사랑해 주자.
이리저리 껴맞추고 돌리느라 분주하지만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풀기도 어렵겠지만
서로의 요철이 맞춰질 때
서로의 굴곡이 같아질 때
그 삐걱대던 희열을 기억해 두자.

오늘도 우리 굴곡을 바라다보네.
서로의 요철을 기억하고
서로의 굴곡을 가다듬고
나는 땅, 너는 바다
함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네.

* 와이프랑 사랑한다는 건 서로의 굴곡을 이해하고 맞추고 받아들이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