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력 생일을 쇤다
-박원주-
옛날엔 달과 함께 시간이 흘렀다.
달이 차고 기울고
보름에서 보름까지
시간도 생일도 달과 함께 흘렀다.
전기가 들어오고 세상이 밝아지자
둥근 달은 까만 밤 속으로 잊혀졌다.
나는 아직 음력 생일을 쇤다.
매번 바뀌는 비번같이 기억은 어렵지만
내가 자란 옛 추억을 곁에다 두고 산다.
밤 늦게 야근하는 날이면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달이 기울었나
별이 더 밝나
지나간 세상을 까맣게 칠한다.
어릴적 쥐불놀이 둥근 달이
오늘 밤도 떴구나
그때 깡통보다 더 깡통같은 세상을 태워줄 달이
오늘도 시원스레 떴구나
어릴적 은하수를 밝히던 그믐달이
오늘 밤도 별들을 키질 하는구나
그때 청마루보다 더 빈 세상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별이
오늘도 내곁에 떠있구나.
이맛에 나는 아직 음력 생일을 쇤다.
* 음력 생일인데 잘로 설정을 못 바꿨더니 축하 메세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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