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ㅈㅏ르ㄷㅏ
-박원주-
머리를 자른다
단두대에 머리를 얹고
지나간 세월을 읊으며
찰나의 참회를 한다
삭뚝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함께했던 검은 추억들이
잊혀지길 기다린 듯이
한줌의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싹둑
또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아둥바둥 연명하려던 줄이 끊기자
자유로운 연처럼
미련없이 떠나 버렸다
싹뚝
또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성공도 재산도 연정도 모두 쏟아버리고
떨어진 낙엽처럼
다시 피지않을 낙화처럼
내 몸뚱이에서 날카롭게
떨어져 버렸다
싸악뚝
또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매듀사의 머리처럼 애써 보지를 않고
이미 떠나간 검은 것들은 붙잡지 않고
무서운 형량을 감내하기로 했다
깔끔히 잘려진 머리를 두고
단두대에 놓인 매근한 목을 들고
다시 걸어나왔다
다시 길어질 머리가 벌써
목숨을 뚫고 움을 틔운다
* 한달에 한번씩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는 의식을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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