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몸뚱이
-박원주-
태초에 쪼개진 선악과처럼
빛과 어두움은 매일 반반씩 반복을 한다
밝은 낮을 분주히 마치고 어둠이 내리면
눈이 달린 인간은 동공을 더 크게 열고
적응이란 불을 켜고 주어진 밤을 탐한다
어디까지 즐길지
어디쯤에 멈출지
모두의 몸뚱이와 그 깊이는 다르다
서로 몸을 더듬으며
굴곡을 맞추며
적군인지 아군인지 킁킁거린다
나방과 나비처럼 비슷해도 다른 삶.
낮의 색깔에 익숙했던 나는
밤의 무채색에 익숙해지기 위해
피부마다 눈동자를 열어젖힌다
낮이 있어서 밤이 있다
밤이 있어서 낮이 있다
잠을 잘 수 없다면 눈을 더 크게 떠야한다
더듬이를 지켜세우고 긴 밤을 누벼야한다
밤이 깊다
낮에 그토록 딱딱했던 몸은
경계 없이 흐물흐물
보이지 않는 시간은
간격없이 흐물흐물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활동하는 밤.
녹은 몸뚱이가 꿈틀대며 기어가고
여기 저기 널부러진 입들이 아귀처럼
닥치는대로 삼키기를 반복한다
미래에 살던 영혼들이 밤으로 녹아 들고있다
다시 해가 뜨지 않을 것처럼
모든 형체와 욕망이 뒤엉긴
밤이 길다
* 베트남 뒷돈 문화를 경험하면서 비공식의 세계가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 어려움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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