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눕다
-박원주-
가을의 문턱에서 대돗자리를 꺼내 깔았다.
화석마냥 외로운 녀석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달빛이 이내 창가를 넘어와 뉘엿
내 곁에 다정히 눕는다.
눈이 부셔서 아래로 돌아 눕혔다.
까만 풀벌레 소리도 와서 눕고
애타게 우는 아기냥이 소리도 와서 눕는다.
빨리 애미냥이도 와서 누워야 할텐데.
다와서 쉬고 누워 잠들거라.
오늘 하루 수고함을 대나무의 살결은 알아 주겠지.
그내들도 속을 비우고 비우며 저 하늘을 채웠으니까.
이 펼친 돗자리는 여름밤 많이 넓고
저 은하수 많이 포근하단다.
어느덧 풀벌레 소리도 자고
아기냥이도 새록새록 잠들고
어미냥이도 와서 누웠다.
정겹게 모두가 둥근 지면에 누워 잠드는 이밤.
우리는 땅위에서 땅밑으로 가는 연습을 하지.
지평선처럼 평행하게 영혼을 누인채.
그전에 실컷 가을밤을 봐놓는게야.
저 큰 별들이 사는 거대한 우주를 봤다고
영원히 잠든 꿈속에서 실컷 자랑이라도 하게.
나도 그들사이에 들어가 몸을 누인다.
잠을 잘까?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잠시 한듯한데
나모르게 생각도 나도 잠들어 버린다.
해가 자고 가을이 깊어가는 밤하늘.
지친 영혼들은 대돗자리의 물결을 따라 찰랑이다
고요히 모두다 가을 잠이 든다.
The tree of forgiveness @ Edward burne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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