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굿
-신성-
바다가 하늘을 품었으니
마음을 씻으로 가야지
지평선이 수평선에 닿았으니
지친 몸을 하늘에 띄우러 가야지
발목을 던지자
발목이 바다와 악수를 건넨다
종아리를 담그자
멍 든 종아리가 바다에 안긴다
무릎을 잠그자
무릎의 무게가 바다에 녹는다
가슴을 적시자
가슴 핏줄 머금고 머리가 젖는다
허나
머리가 가슴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깟 옷쪼가리 젖기 싫다고
머리가 가슴을 놓아주지 않는다
가슴이 울어댄다
바다를 보고도 심장한번 꺼내지 못해
한번뿐인 여정이 억울하다
서럽게 울어댄다
분하게 울어댄다
자박자박 걷는 모래에 가슴이 뛰며 운다
바다에 빠지고 싶거든
못들은 척 엎어져라
자빠져 빠져라 귀뜸을 한다
바다에 빠져야지
가슴이 적셔야지
바다에 심장을 담그고
바다가 짠가
피가 짠가
남은 소금 담아서 싸들고 와야지
황량한 세상으로 되돌아와
담았던 바닷물이 소금이 되거들랑
옛다 이놈들아 소금이나 쳐먹어라
이곳저곳 뿌려대며
바다 굿을 펼쳐대야지
언젠가 비가오면 바다가 되겠지
열심히 뿌려대야지
*김녕해수욕장에 들어 에메랄드 바닷가에서 커피 한잔 팥빙수 한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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