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3

시간 속도계 -24.7.21.(일)

시간 속도계 -박원주- 시간이 참 안간다 안간다 해도 벌써 다 갔네. 시간이 참 잘간다 잘간다 해도 속도는 똑같네. 빨리 시간이 흐르면 스릴이 있고 늦게 시간이 흐르면 평온이 있고 강폭이 좁았다 넓었다 강물이 빨랐다 느렸다 강이 굽이치다 곧바르다 바다에 다다라 영원한 추억에 멈춘다. 가끔은 시간의 속도를 재어본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내가 무얼 즐기는지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감이 안올때 대충은 알려주니까. * 누군가에게 참 잘가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참 안가는 시간이지.

시간의 배를 타고 -24.5.8.(목)

시간의 배를 타고 -박원주- 시간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 시간이 앞에서 뒤로 흐른다. 시간이 왜 좌우로 흐르지 않나 의아해 하다 어째든 흘러가니 당연한 듯 같이 타고 흘러간다. 누가 흘려보내는지 원인을 몰라도 어디로 흐르는지 목적도 몰라도 왜 흘러가는지 이유도 몰아도 모두가 흐르고 잊고 흐르다 잊고 세월도 흐르고 잊고 흐르다 잊고 나도 흐르고 잊고 흐르다 잊고 다들 당연한 듯 흐르고 잊고 흐르다가 뚝! 갑자기 멈춰 가라앉고 말았다. * 기다리던 비자가 나오니까 감사함이 짧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급습해 온다.

끓는 시간 -24.2.5.(월)

끓는 시간 -박원주- 시간이 끓고 있다. 마지막 한줌 증기로 날아가 버릴 내 시간이 끓고 있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냄비안 개구리처럼 넓은 내 시간 속을 헤엄치다 헤엄치다 눈치없이 같이 폴폴 끓어 버렸다. 끓을 줄 알았던 내 공간은 차갑게 식어가고 낡아가는 존재들은 함께 삐끄덕 삐꺼덕 고장나 멈춰서야만 했다. 공간을 시간은 꺼내주고 싶었다. 시간을 공간은 꺼내주고 싶었다. 멀리선 나는 가까운 나를 꺼내주고 싶었다. 바라보이는 안타까운 상대들을 구원하고 다독이고 싶었다. 언젠가 흩어질 구름을 붙잡고 언젠가 져버릴 꽃송이를 붙잡고 언젠가 흘러갈 시냇물을 붙잡고 잠시 도화지에 슥슥삭삭 그려넣으며 멈춰세워 한마디 건네보고 싶었다. 멀어지는 추억 잊혀질 기억에게 더 멀어져 잡으면 아스러져 버리기 전에 다소곳이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