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작은 산골마을엔 건망증이 심한 아기 고양이 지니가 살았어요. 무엇이든 금방 까먹었던 지니는 특이하게 새콤달콤 새로운 맛을 주는 과일을 무척 좋아했어요. 하지만 지니에게는 슬프게도 아픈 과거가 있어요.
어릴적.. 물론 몇달전이지만, 엄마와 행복하게 지내던 지니는 호기심에 여행을 하고 싶어 어느날 엄마 몰래 마을을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아무리 집을 기억하려해도 건망증이 심하고 그땐 어려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죠. 그래서 지니는 아직도 엄마를 찾고있는 중이랍니다.
이렇게 방황하던 지니는 어느날 토마토 마을을 지나다 지니를 불쌍히 여긴 토토 아줌마를 만나 같이 살게되었어요. 지니도 좋아하는 토마토를 많이 먹겠구나 하는 생각에 토마토 농사를 거들며 지내다보니 몇년이 흘러버렸네요.
그런 어린 지니에게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생겼어요. 그건 어릴적 엄마를 떠나 오랫동안 이곳저곳 살다보니 그만 똥 누는 법을 잘 몰라 그냥 땅에 누는 습관이 생겨버렸어요.옛날 엄마가 응아를 하던 모습은 어렴풋이 기억이 날듯날듯 하다가도 희미해졌어요. 그렇게 항상 지니의 응아를 핥아주던 엄마는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어요.
"엄마는 어떻게 눴지??"
"다리를 들고 눴나??"
"앉아서 눴던가??"
"물속에다 눴나?? 누고는 물로 씻었나??"
그렇게 아무렇게나 응아를 하던대로 똥을 누다보니 지니는 토토아줌마에게 똥뭍히고 다닌다고 자주 꾸지람을 듣곤 했죠.
"너 똥 좀 잘 누고 다녀라 이게 머니! 다시 똥 뭍히고 들어오면 토마토고 밥이고 없을줄 알아!"
상냥한 토토 아주머니였지만 하얀 털에 더러운 게 뭍을까봐 그런 모습엔 화를 자주 내셨어요.
지니는 토토 아주머니에게 이런 사정을 말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며 끙끙 참았죠. 그러다가 또 꾸중을 듣고 또 참는 일이 반복됐어요.
그러다 어느날 지니는 토토 아줌마가 화장실 가는 길을 따라가 보기로했는데 깔끔한 토토 아줌마는 누군가 따라오는 걸 눈치채고는 숲속으로 사라지셨어요. 그리고 절대로 응아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하얀 털의 토토 아줌마는 항상 깔끔함 자체였어요.
지니는 물로도 씻어보고 했지만 귀찮아서 또 흙위에서 응아를 하곤 해서 똥이 뭍은채 집에 오다 토토 아줌마에게 또 혼이 났어요.
어느날 엄마 생각이 나서 방에서 울던 지니는 곰곰히 생각을 했어요.
'토토 아줌마는 정말 똥을 누시긴 하는걸까? 저렇게 깨끗한걸 보면 아닐지 몰라. 나만 더럽게 똥을 이렇게 자주 많이 누는거같아.. 정말 더럽게 말이야'
'그래. 적게 먹으면 똥이 적게 나올꺼야'
지니는 먹는 양을 줄이기로 해서 좋아하던 과일도 먹지않고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래서 결국 일주일에 한번만 응아를 할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일주일 후 응아를 할때마다 왠지모를 자책감 때문에 또 슬픔이 몰려왔어요.
'이렇게 자주 더러운 똥을 싸는 난.. 정말 바보같아.. 이런 사소한 것도 못참으면서 과연 훌륭한 멋진 고양이가 될수있을까? 무엇을 해도 성공할수 없을꺼같아.'
지니는 갑자기 짧은 자신의 신세가 원망스러워졌어요.
'난 왜 털 색깔도 알록달록 얼룩소 같을까?? 토토 아줌마처럼 하얀 털이면 정말 윤기있어 보일텐데..'
'그리거 이것봐 내 꼬리는 볼품도 없이 너무 짧아..'
'아.. 난 정말 못생긴 고양이야..'
지니는 자책감과 배고픔과 슬픔에 점점더 야위어 갔어요.
토토 아줌마는 야위어 가는 지니가 걱정이 되어서 토마토도 더 많이 챙겨주었지만 지니는 전혀 먹지를 않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토토 아줌마가 거실을 때굴때굴 구르며 소리쳤어요.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지니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죠.
"아줌마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별일은 아닌데.. 아.. 아까 먹은 우유가 상했나봐. 아이도 배야.. 나 잠시 볼일 좀 봐야겠어!"
후다닥 뛰쳐나가는 토토 아줌마를 바라보던 지니는 이때다! 생각하고 몰래 따라 나섰어요.
토토 아줌마는 바로 숲속의 나무 밑 모래밭으로 달려가 열심히 모래를 파고 있었어요.
"아..저렇게 누는거구나!"
그렇데 응아를 보고 흙을 덮던 토토 아줌마와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죠.
"애! 넌 무안하게 그렇게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니!!"
또 버럭 화를 내는 토토아줌마를 보자 지니는 그만 설움에 북받쳐 엉엉 울고 말았어요.
"애는 자기가 봐놓고는 울고 그래? 나참.."
지니가 너무 펑펑 울며 울음을 그치지 않자 아줌마는 지니를 달래기 시작했어요.
"지니야 아줌마가 미안해..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뚜욱~~"
토닥여주는 토토 아줌마에게 기대어 있다보니 지니는 또 응아하는 법을 까먹을까 걱정이 되어서 그만 울음이 그쳤어요.
"근데 지니야 요즘 너 무슨 일이니?"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사실은.."
지니는 눈물을 딱으며 왜 아줌마를 숨어서 봤는지, 건망증이 심한 것과 여행하며 지내다보니 응아하는 법도 까먹은것, 이것저것 이제껏 못한 이야기를 아주머니에게 털어놓았어요.
"그래?? 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또 배가 아플려 하네. 똥도 못눌 줄이야. 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아줌마는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죠.
"아줌마 전 정말 심각했어요. 정말로요..."
"아하. 하.. 미안. 난 그런줄도 모르고 하하하."
"난 너가 뭘 이야기해도 까먹길래 날 무시하는 나쁜 앤 줄 알았지 머니. 오해해서 미안해. 그리고 응아는 참..하하"
"하하하"
지니가 또 웃는 아주머니를 향해 인상을 버럭 썼어요
"아 정말 미안..큭큭킄"
"지니야. 우리 고양이는 말이야. 응아를 모래를 파서 그속에 누고 흙을 덮는단다. 하하. 너가 흙위에 바로 앉아서 누는줄도 모르고 난 왜이렇게 애가 칠칠 맞나 했지.. 내가 다 큰 너 응아하는거 까지 볼순 없잖니? 하하."
"그리고 응아를 이틀에 한번하든 하루에 두번하든 설사를 하든 상관 없단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니 너 하고 싶은데로 맘껏 눠도 된단다. 하하."
"아 그렇구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일주일씩 참았네요. 하하. 똥이 냄새나고 더럽고 해서 자주 누면 안되는거라 생각했어요. 또 제가 원채 많이 먹고 또 많이 누니깐.."
"니가 좀 많이 먹긴 하지. 호호호"
그후로 지니는 건망증은 여전했지만 토토 아줌마가 틈틈히 응아하는 걸 챙겨줬기에 더이상 걱정하지 않았어요. 또 토토 아줌마는 고운 모래가 있는 곳도 가르쳐 주었죠.
지니는 이제는 마음놓고 토마토도 먹고 응아도 하며 평범한 냐옹이가 되었답니다. 언젠가는 엄마를 만날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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