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지렁이와 온유
-박원주-
지렁이 한마리가 꽃밭에 살았어요.
꽃향기를 맡으며 땅속에서 촉촉히 지냈지요.
어느날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왔어요.
“비가 오려나봐?”
비가 와서 화단이 물에 잠기기 전
지렁이는 얼릉 땅 밖으로 나왔어요.
비가 오면 땅속은 숨을 쉬기가 힘들거든요.
“영차영차”
그런데 밖으로 나온다는게 그만
딱딱한 길바닥 위로 나오고 말았어요.
“이쪽이 화단인가?”
”아니면 저쪽??“
화단을 찾아해메다 지렁이는
더멀리 길바닥으로 나오고 말았어요.
사실 지렁이는 눈이 없는 장님이였어요.
그때 온유가 아빠랑 길을 걷고 있었어요.
지렁이를 본 온유는 뱀인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온유는 저렇게 큰 지렁이는 처음 봤거든요.
“아빠. 무서워요.”
온유는 아빠에게 꼭 안겼어요.
“온유야. 저건 지렁이이야. 엄청 크지?”
온유는 가까이 가서 지렁이를 물끄러미 쳐다봤어요.
“아빠. 지렁이 멋있어요!”
온유는 금새 지렁이와 친해졌어요.
아빠는 지렁이가 불쌍했어요.
아빠는 옆에 있던 바나나나무 잎을 꺽었어요.
지렁이를 담아서 화단으로 돌려보내주려 했지요.
바나나잎에 담긴 지렁이는 놀라서 도망쳤어요.
“바둥바둥”
지렁이는 계속 계속 바나나잎에서 떨어졌어요.
“아얏..”
지렁이는 계속 꿈틀거리다 떨어지기를 반복했어요.
이걸 본 온유는 울기 시작했어요.
”엉엉엉~“
”아빠 지렁이 죽이지마! 살려줘!“
온유는 아빠가 지렁이를 괴롭히는 줄 알았어요.
지렁이는 계속 떨어지며 살려달라고 바둥거렸어요.
온유는 더 크게 울었어요.
“엉~앙으아앙~”
“온유야 그게 아니야.. 잠시만...”
아빠는 지렁이를 화단에 놓아줬어요.
아빠는 우는 온유를 달래주며 말했어요.
“온유야. 아빠는 지렁이 살려준거야!”
“정말??”
“그럼!”
아빠는 온유에게 지렁이에 대해 말해줬어요.
“지렁이는 부드러운 땅속에서 살아”
“정말?”
“그럼. 그런데 봐봐. 여기 길은 딱딱하지?”
“응”
“이 딱딱한 길 위에 오래 있으면 곧 죽고 말거야.”
“왜?”
“지렁이가 땅속으로 못 들어가거든.”
“아~”
“그리고 사람들이 다니다 모르고 밟을지도 모르지.”
“안돼!“
”그지? 안돼겠지?“
”그리고 내일 햇님이 뜨면 뜨거워서 말라버릴거야.”
“아~ 그럼 아빠가 지렁이를 살려준거야?”
“그럼 그럼.”
온유는 지렁이를 다시 찾아보았지만
지렁이는 어느새 땅속으로 사라지고 없었어요.
“지렁아. 반가웠어. 건강하게 잘 지내.“
온유는 화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어요.
아빠와 온유는 다시 가던 길을 갔어요.
엄마가 맛있는 우동을 해주기로 했거든요.
화단 속 꽃들이 지렁이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꽃밭으로 돌아온 장님 지렁이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온유는 우동을 먹으며 지렁이가 행복하길 기도했어요.
* 아이가 며칠전 뚜레 공원에서 지렁이를 본게 신기했는지 지렁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지렁이 이야기를 동화처럼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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