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는 이유
-박원주-
일상을 살다보면
어느새 짜증과 분노에 질퍽해진 나.
그 모습에 깜짝 놀라 곧바로 수영장으로 달려나간다
일상에 더러워진 옷을 벗어던져버리고
찌들었던 죄악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낸다
맨몸
순수한 나의 모습을 성찰하는 시간
이전에 살았던 거대한 양수속으로
중력과 호흡을 버리고 천천히 몸을 담근다
몸이 기억하는 기억속 영법을 해대며
가라앉아도 죽지 않고 다시 뜨는
몸을 믿으며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레인을 돌면 돌수록
그렇게도 깊었던
걱정도 근심도 짜증도 분노도
어느새 물속으로 우려나와 점점 옅어져갔다.
나만 옳다고만 외치던 사고의 벽들도
별일 아닌 듯 옅어지고 투명해지더니
어느새 물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나도 누군가의 물이 되어주면 어떨까?
짜증에 빠져 허우적 대는 누군가를
녹여주고 풀어줄 한줌의 물이 되면 어떨까?
나도 몇바퀴를 돌아야 사라진 분노들을
돌면서 풀어버리게끔 기다려주는 물
어느새 투명해진 몸뚱이을 수영장에서 끄집어내어
다시 정갈히 딱딱한 몸을 차려입고선
일상의 무게속으로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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