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감꽃 목걸이 -15.05.24.일

별신성 2015. 5. 24. 23:05

감꽃 목걸이

-박원주-

노랗게 떨어지는 감꽃을 주워다
노랗게 모두들 금목걸이를 걸자
바닷가 모래사장 파붙힌 소라처럼
파도소리가 귓가에 쏴아아 밀려왔다

우리집감은 숙이네 주먹감보다 작지만 맛있었지
그래도 감꽃크기는 모두가 같았단 말이야
나무 대문을 삐거덕 열고 흙마당을 밟으면
감나무와 기둥사이에 빨래줄 사이
기저기, 이불, 오징어 주구장창 널어두었지
감나무옆 텃밭엔 빨간 앵두가 익어가고
가을엔 볏단도 감나무 아래 차곡 쌓여 갔었지
감이 다 익기까지 기다리는건 참 곤욕이였어
소금물에도 삭혀먹고 곶감도 깍아 말려 먹었지
비오면 젖으랴 해뜨면 지붕에 널랴
애지중지 하다보면 어느새 졸깃 익어간 곶감들
몇개 없어진 곶감을 찾는 이는 없었는데
그때 그 설레며 먹은 곶감은 왜 그리 달았는지?
아 홍시를 따다 먹다 흘려 베린 옷가지들
지금은 어디서 나를 입히고 있을까?
이젠 기력이 쇠해져 밑둥이 썩은 감나무
이제껏 감꽃을 피우느라 수고했다고
거친 나무결을 스다듬으며 다독여주었다
올해도 숙이네 주먹감꽃처럼 피워낸
대견한 우리집 노란 내잎 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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