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우물 가까이 -15.04.07.화

별신성 2015. 4. 8. 00:26

우물 가까이

-박원주-

빈 우물가에 투명한 물이 고인다.
난 우물가로 조용히 다가가 앉는다.
투명한 우물속에 한 호흡이 깃든다.
하늘의 고요함이 쉬고 자는 그 곳.
구름의 그림자도 햇살에 비치지 않는다.

누군가가 우물을 향해 돌을 던진다.
적막을 깨며 우물은 한참을 출렁인다.
그리고 다시 고요속으로 돌아간다.
또 다시 누군가 돌을 던져댄다.
계속 우물은 격랑을 울렁이다가
다시 고요함속으로 되돌아간다.

숲의 녹음이 잠을 자고
지친 동물이 쉬어가는 곳.
아무도 그 파문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우물은 다시 고요함 속으로 돌아갔다.

어느날
우물은 투명한 자기속에 비치는
옛날 그 까만 돌덩이가 싫었다.
누군가 그 돌덩이를 꺼내주길 바라자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었다.
또 울었다.
그 돌덩이를 이리 저리 굴려대며
내속에서 제발 나가라며 울부짖었다.

흙탕물 범벅이된 우물의 절규.
우물의 탄식소리가 온 숲을 메웠지만
아무도 보지않는 우물속의 과거.
부대끼는 아픔에 우물은 점점 흐려져갔다.

그때 까만 돌덩이가 속삭였다.
한순간 누군가에 의해 물속으로
던져버려진 그의 인생.
숨막히고 모든게 끝난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우물속 물고기와 친구 되었단다.
또 다른 돌맹이와 친구 되었단다.
우린 서로에게 피치못하게
운명의 상처를 준단다
자신의 상처로 함께 울며 우물을 위로했다.

오늘도 우물은 눈물로 자신을 채운다.
투명함에 적날하게 비치는 까만 돌덩이들.
그 모습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우물은 어리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시간도 숲도 우물도 늙어갔다.

우물의 풍경이 된 그들
우물은 투명한 우물을 비추며
우물 가까이 나를 부른다.
우물 가까이로 다가가
다시 투명해진 우물을 들여다보다
우물속에 돌 하나를 던져본다.
옛날처럼 파문이 출렁이는 우물.
우물에 손을 담그고
목을 한모금 축이자
우물은 내 몸속에 들어와 고였다.
나는 우물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흘러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