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의 처리
-박원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고객이 입을 열자 혓바닥이 들썩들썩
마디마디 요구사항이 주렁주렁 열린다.
”네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혓바닥에서 떨어진 열매들은
어느새 싹이 나고 가지를 치고
또 열매를 주렁주렁 연다.
“네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네 다음 고객님~”
”네 다음요~“
요구사항은 먹지도 못하는 열매를 잔뜩 달고
어느새 거대한 숲을 이룬다.
내가 진상이라 자랑이라도 하듯
열매는 또 싹이 나 두눈을 부릅뜬다.
”네 고객님. 양식을 채워주세요.”
양식을 채우지 못한 열매들부터 가차없이 버린다.
요구사항들이 날 좀 보소 목청을 높인다.
“네 고객님. 처리 담당에게 말해둘게요.“
요청사항들을 수확하기엔 손이 모자랄 뿐이다.
“네 고객님. 내일 확인해서 말씀드릴게요.”
이런 종료 멘트로 오늘의 장을 닫는다.
내일은 또 내일 새롭게 포멧하면 되지.
인간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건 신의 몫이니까.
* 운동 경기 조를 짜는데 실력별로 배분하고 경기지연 시간별로 배분하고 같은 성향끼리 배분하려니 참 조짜기 어렵다. 짜놓은데 안나오고.
'비타민 시++ > 옴니버스연습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개 소스 -24.7.3.(수) (0) | 2024.07.04 |
---|---|
정도 껏 -24.7.2.(화) (0) | 2024.07.03 |
버스 경로 -24.6.30.(일) (0) | 2024.07.01 |
꿈에 부픈 달팽이 -24.6.29.(토) (0) | 2024.06.30 |
첫 시험 -24.6.28.(금) (0) | 2024.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