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방아쇠
-박원주-
기억 속에 잠자는 기억이 있다.
잘 자는지 못 자는지 안중에도 없다가
누가 당긴 방아쇠에 깨어나서 날 겨눈다.
날 향한 총구는 기억을 왈칵 쏟아놓고서
난장판이 된 옛 방에 날 그냥 내버려둔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그 방 그 침대.
나는 아직 조용히 잠자고 있다.
누운 건지 자는 건지 두눈을 감은채
깨어나면 부딪힐 시선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제는 용납하겠지
이제는 사랑하겠지
다시 껴안아도 내 가슴은 아직도 차다.
떨리는 목소리 위에 촉촉한 눈가.
눈물들을 이해하기엔 아직도 많이 어리다.
다시 재우려 안고 누워도
부릅뜬 두눈은 멍하니 창가를 바라본다.
달이 밝은데 어찌 자냐
현실이 밝은데 어찌 자냐
기억 속에 누운 맨몸이 달빛에 뽀얗다.
새벽이 오기 전 다시 자면 좋으련만
서서히 움직이는 달을 등져 누워도
마주보는 시선이 시끄러 다시 잠을 깬다.
일기라도 읽어줄까?
노래라도 불러줄까?
그때 어찌 잠들었는지 사라진 기억처럼
널부러진 내 방 덩그런 침대 위에
맨몸으로 누운 날 소쩍새가 달래려 운다.
다음엔 깨우지 않으리.
다시는 깨우지 않으리.
반반의 확률에 배팅하기엔 아직도 아픈 도박.
옛날에 고된 내가 눈감았음에 만족하리.
자는지 못 자는지
다시는 흔들어 깨우지 않으리.
* 동료가 그거는 자기 할 일이 아니고 해달라는 말을 했을때 옛날에 퇴사한 사람 말투와 눈빛이 생각나서 좀 감정이 상했다. 이런게 트라우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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