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노을 배웅
-박원주-
노을이 질 때 지는 해를 배웅합니다.
침대에 앉아 어린 딸과 지는 해를 보며
유치원에서 배운대로 “굿바이~” 인사를 합니다.
저 빈 하늘을 가로지르느라 고생한 해가 대견한지
하늘도 빨갛게 물들며 해를 배웅합니다.
나는 무슨 위로를 건넬지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어린 딸이 붉은 해를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매번 보는 해인데 깔깔 웃어대는 딸 얼굴에
해가 마지막 키스를 하고 사라집니다.
해가 어디 갔는지 궁금한 딸이 침대를 딩굽니다.
하늘 여기저기 찾다가 손톱같이 뜬 달을 보고
또 까르르 까르르 웃어댑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건물들이 조명을 밝히자
딸이 배가 고프다고 밥 달라 조릅니다.
해는 반대편으로 떠났지만
침대 한켠에 따뜻히 같이 누워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에 노을이 지고 달이 점점 밝아옵니다.
밤이 되었지만 밝아진 조명에 사라진 해를 잊습니다.
언제 다시 한번 지는 해를 본다면
어린 딸과 침대에 앉아 보던 그 해와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 딸이랑 침대에 앉아 지는 태양을 보면서 도란도란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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