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그래그래. 니마음 나도안다

별신성 2013. 5. 4. 23:38

그래그래. 니마음 나도안다

-박원주-

흙마당 너른 청마루에 걸터 앉아
둥실 떠오르는 동네 달을 쳐다본다.
둥근 달은 이내 모락 김나는 수제비 속에 담긴다.

모두들 열심히 수제비를 식힌다.
내 입김과
모기의 입김과
청마루 앞 군침 삼키는 저녁 찬바람으로.

밭에서 김 메던 손맛
우리를 야단치던 손맛
아버지에게 한 맺힌 손맛
인생사 세상사 자식사 주름진 손맛
이 수제비는 내 입맛에 아주 딱 맞다.

"카~ 좋오타!" 
찌짐같이 드러눕다, 트럼같이 탄성이 나온다.
곧 밤하늘 별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까 뭐가 날 지치게 만들었지?'
'뭐였지?'
'뭐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 생각.
아까 수제비를 먹으며 같이 까 먹어 버렸나보다.

굿시레이 굿시레이~ 
짚에 모기불을 피우고 이리저리 흔든다.
이제는 작은 빛도 눈이 부셔서
남은 처마 등마저 꺼버린다.
정적이 흐른다.
해찰궂은 벌레들 장난도 잦아들고
늦저녁 매미도 울음을 그치고
이내 기다렸다는듯이
동네 팽나무 위 소쩍새가 밤새 운다.

소쩍소쩍 소쩍소쩍.
그래 그래. 니마음 나도안다.
소쩍소쩍 소쩍쩍소쩍.
그래 그랬구나. 그게 아팠던게로구나.
소쩍소쩍 소쩍..

소쩍새 자장가 소리를 듣다가
청마루에서 잠이 든다.
밤하늘이 은하수를 덮어 주고
별들이 내 꿈에 귀를 기울여준다.

...
그래그래 니마음 나도안다.
... .. ...
그래그래 니마음 나도안다.
...

나의 밤은 언제나 그렇게 평온했다.
나의 꿈도 언제나 그렇게 포근했다.
내가 문득 누워서 잠이 들어도
언제나 그 추억 속 청마루에서 잠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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