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pass over) 그밤
-박원주-
문설주에 피를 바른다.
누구 피인지 출처는 모르지만
어디서 맡아 본 냄새가 내 피냄새같다.
피가 흐르는 건 신경쓰이지 않았다.
부디 이 문제가, 이 닥친 재앙이
무사히 넘어가길 기도할 뿐이였다.
오늘 밤만 넘기면 된다.
이 어두움만 지나면 된다.
꿈같은 하룻밤 이 밤만 넘기면 된다.
이 죽음만 한번 넘기면
험난했던 여정도 이젠 내리막길이다.
이 밤이 깊구나.
이 밤이 길구나.
가지않는 밤이 째각째각 심장소리만큼 요란하다.
오늘밤만 넘어가거라.
이 어두움만 지나가거라.
이 밤만 넘어가거라.
이 문제만 이 재앙만 이 죽음만 넘어가거라.
내일 아침 여명을 내게 밝혀 다오.
이 밤이 깊다.
이 밤이 길다.
가지않는 밤이 째각째각 심장소리만큼 요란하다.
* 여러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겹치니 10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재앙을 만났던 유월절 그날 밤이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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