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미련이 주웠다 -24.3.1.(금)

별신성 2024. 3. 2. 00:31

미련이 주웠다
-박원주-

거니는 풍경이 좋으다.
찬 바람에도 맞잡은 두손이 따뜻하구나.
맛나게 먹은 삼겹살을 계산하려는 찰나,
주머니 속 지갑이 사라져 버렸다.

모든 여정의 재구성.
기억을 더듬고 여정을 더듬고
모든 가망성을 열어두고 탐문을 시작한다.
잃은 건 내 죄지만
잠재적 범죄자들이 벌을 달게받는다.

떠난 지갑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운 사람은 횡재했겠지?
사고가 없었으니 액땜했다 쳐야지.
여행 한번 다녀온 샘치고 잊어버려야지.

문득 소심한 마음이 기억을 들추자
미련이 잃은 지갑을 찾아버렸다.
머리가 지갑을 주워 집어넣자
죽은 지갑이 다시 살아나 버렸다.
지갑이 구천을 떠나지 못하고 머리 속을 헤맨다.
이젠 다시 지갑을 잃고 싶어도 잃어지지 않았다.


*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돈만 들어서 찾을 방법이 없었다. 돈만 들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돈이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