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메두사
-박원주-
가끔 망막에 내 모습이 비친다.
거울처럼 선명한 상에 “누구지?” 동공을 연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못생겼니?”
“성 내는 니 모습이요!”
얼굴은 경직되어 지진난 듯 실룩대고
눈매는 지켜떠 칼에 벨듯 날카롭고
콧구멍은 벌렁대며 콧김이 씩씩대고
입가는 삐뚤빼둘 못마땅해 찡그리고
핏대는 터질듯이 잔뜩 서서 위태롭다.
머리에 뱀 달린 메두사 얼굴.
보고나면 저주에 걸려
하루종일 시무룩
‘나는 왜 또 참지를 못했나?’
개복치같은 인내심에 밀려오는 짜증과 후회.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자아성찰과 반성모드.
다시 또 괴물이 나타날까
성을 참고 화를 꺼트린다.
식힌 화가 가라앉아 심연이 무겁다.
다시 또 언제 터질지 모를 휴화산 얼굴 위에
뱀처럼 가느다란 울화가 흘러내린다.
급히 거울을 치운다.
* 아내는 아이가 할머니 화상전화를 대충 받는다고 버럭한 후 화낸 자신이 더 싫다고 시무륵하다. 나도 화내는 내 모습이 싫어서 그래서 화를 잘 못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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