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박원주-
#땅.
전쟁터 같은 일상을 날다
한발 총성에 격추 되고 말았다.
죽음을 향해 낙하하는 몸뚱이를
간신히 낙하산으로 붙들어 맨다.
#무리.
웅성대는 아래 세상엔 내 편이 없구나.
바로 죽거나
고통스럽게 죽거나
문드러져 고통도 모르고 죽거나.
정해진 죽음을 맞기엔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됐다.
#시선.
어떻게든 천천히 내려가자.
어떻게든 해맑게 내려가자.
내 발이 죽음에 닿기 전엔
희망으로 절망을 최대한 막아보자.
#도박.
자유가 자유가 아닐지라도
죽음보다 나을꺼란 희망을 걸었다.
내일이 내일 오지 않을지라도
오늘보다 나을꺼란 희망을 걸었다.
#포로.
포로가 되었다.
먹고 자고 싸고, 본능조차 맘대로 할 수 없었다.
난 무얼 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뇌성마비, 뇌사, 식물인간, 정신병자..
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소비 자는 죽는게 더 가치있는 걸까?
다행히 전에도 할 수 있던 게 별로 없어서리
먹고 자고 싸고, 본능조차 맘대로 할 수 없어서리
무가치가 삶에 큰 위안이 되었다.
#독방.
아무 것 없는 검은 블랙홀 속
꺼져가는 의식을 붙들었다.
”제발 살려만 주면 뭐든 하겠습니다.“
신에게 기도란 거래를 계속 시도했다.
#확률.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공평했다.
시간을 믿고 기다렸다.
언젠가 내게도 확률이 다가올 줄 알았다.
매번 열리않던 문이 덜컹 한순간에 열려 흔들렸다.
그렇게 난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자유.
“자유!”
누군가가 독방에서 외쳤던 그 외마디 비명.
그 비명을 드디어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내 입을 다시 입었다.
“자유”
역시 삶이란 도박은 해볼만 했다.
* 어제 갔던 베트남 하노이 호아루 수용소 사진을 정리하면서 포로들의 삶을 묵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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