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격리 실험
-박원주-
인간(人間)에게서 간을 뺐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선 절대 아니되느니라.”
거대한 대의명분은 병든 나를 정죄하고 가두었다.
“어라? 간만 빼니 살만한가보지?”
“음.. 저걸 어떻게 진짜 격리시키지?”
혼자 있다고 격리된게 아닌 걸 들켜버렸다.
공간의 문제가 아닌 걸 간파당해 버렸다.
내가 가진 것, 누리는 것을 다 빼앗을 작정인 것이다.
의로운 Job에게 닥쳤던 고난이 내게도 허락되었다.
진정한 격리 실험. 고문이 닥쳐!얻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게 주마등 같이 지나갔다.
(...) 가족, 여행, 맛집, 운동, 자연, 카페..
내가 이런걸 좋아했구나.
내가 이런데 시간을 많이썼구나.
내가 이때 많이 웃고 즐거웠구나.
난 날 즐겁게 해준 세상에 얼마나 기쁨을 줬을까?
난 내가 누린 이 모든 것에 얼마나 감사했을까?
여기서 이렇게 끝내도 괜찮은걸까?
과거 정리도 없이, 현재 이렇게, 미래 대책도 없이?
안돼. 여기서 끝낼 수 없어. 이렇게는 아니야.
다시 내게 기회를 줘야해. 난 아직 할게 많아.
짧은 생을 돌아보며 후회도 반성도 했다.
이제 곧 모든 게 끊기겠구나.
아 즐거웠다. 내 인생아.
“휴대폰부터 내놔”
“...”
* 어제부터 방에 격리되어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과연 완벽한 격리라는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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