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다 온 현타
-박원주-
나는 직장인이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다
짜투리 시간에 잠시 쉰다.
인터넷 서핑을 하며 정치 연예인 기사도 읽고
유튜브 발리 여행간 BJ 영상을 보며 우헤헤 하고
인스타에 올라온 헬스 사진에 대리만족을 하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며 레벨도 올리고
잠시 낮잠도 자며 피로도 풀고
그렇게 그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현타가 왔다.
그나마 날위해 할애된 이 시한폭탄같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는 게 맞을까?
그러다 또 현타가 온다.
한번뿐인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무얼 위해 쓰고 있는 걸까?
또 무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그러다 또 현타가 온다.
인간이란 영장류로 태어나서리
인생 대부분을 잠과 인터넷과 휴대폰과 기타 잡다한 것으로 보내는게 타당한 걸까?
저 숲속의 한마리 원숭이처럼 그저 자연의 일원으로
나와 오늘을 위해 먹고 사는 것이 당연한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그래서 되는 걸까?
무언가 거대한 대의나 가치 따위가 있진 않을까?
인생은 짧고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나는 늙어 죽음을 향해 가는데
예술처럼 기나긴 의미를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러다 또 현타가 온다.
이런 고민이 의미가 있을까?
그런다고 내 인생이 바뀔까?
그대로겠지? 부르르.
뭐가 달라지는게 없네. 젠장.
대체 뭐가 문제일까?
문제가 있으니까 현타가 오는게 아닐까?
뭔가 잘못되고 있는거 같다.
슬슬 데워지는 냄비 안에 개구리처럼
아무렇지 않게 수영할 때는 아닌거 같다.
우선은 내일 다시 또 생각해 보자.
현타가 가라앉기 전
녹음을 하고 기록을 하고 증거를 확보해서
이 현타를 오게 한, 그 문제의 범인을 찾아 족쳐야겠다.
가만두지 않겠어!
* 연말 업무들이 정리되어 가고 시간이 남으니 내 삶을 돌아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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