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 인생
-박원주-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한마디로 말하기엔
우리네 인생같이 음미할 게 많구나
한톨 쌀이 소금물에 가라않아
못자리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좁디 좁은 진흙을 뚫고
어느새 싹을 틔운다
그러나 잎을 꺼내기도 잠시
곧 뿌리가 뽑히고 묶이고 내동댕이 쳐진다
널다란 광야
외로운 바닷속에 섬섬이 심기운다.
햇살을 삼키고 바람에 할키워도
벌레에 뜯기고 가뭄을 마시어도
어느새 포도보다 거친 알갱이들을 불쑥
꺼내 뱉는다
그러나 알갱이를 이기도 잠시
곧 밑둥이 잘리고 내동댕이쳐진다
너른 사막에 까발라져 말려지고
인정사정없이 마구 두드려패진다
너덜너덜 해진 쌀은
흰 눈동자만 주워다가 차곡차곡 담긴다
다시 눈동자들은 으깨지고 부서지고 갈려진다
다시 눈동자들은 삶키고 뽑히고 잘려진다
흰 쌀이 가래떡이 됐다고
한마디로 말하기엔
우리네 인생같이 음미할 게 많구나
그래서 가래떡이 생각났나 보다
그래서 가래떡이 맛었나 보다
그래서 가래떡이 계속 그리운가 보다
#가래떡 #고향
*고향 방앗간 아주머니가 내가 가래떡 좋아하는줄 알고 가래떡 한 주머니를 뽑아다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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