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빠져라
-신성-
어둠이 내리면 한강은
지평선이 드리운 대지가 된다
출렁이는 흙
언젠가 돌아갈 흙
그때는 딱딱한 대지일지라도
지금은 살아서 출렁이고 있구나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 설레이고 있구나
네 부름을 듣고
내 몸에서 옷을 벗는다
가슴에 흐르던 젖내음을 맡으며
짧은 지평선을 향해 아장아장
출렁이는 대지를 향해 걸어간다
대지에 뭍힌 짧은 죽음도 좋다
피부에 닿은 작은 비명도 좋다
타지 않아도
피흘리지 않아도
내가 집행한 짧은 속죄제
누구하나 보지 않고
누구하나 시비하지 않는
인당수 제물로 나를 던지는 시간
내 품에 대지가 안기는 순간
나의 모든 표면은
그에게 잎이 되는 것이다
열려진 잎마다 광합성의 키스를 퍼부르며
더 열열히 그와 함께
짧은 희락을 교감하는 것이다
짧게 끝나도 좋다
다시 돌아가도 좋다
아직은 죽지 않은 제물이기에
다시 돌아올 번제단이 있기에
저 출렁이는 대지가 밤마다 살아서
내 심장을 향해 유수히 흐르기에
*한강과 함께 추억을 만든다는 것은 한강시민으로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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