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노래소리
-신성-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반복되는 하루는 얼마나 억울한가
윤회를 피해 돌파구를 찾자
돌고도는 지구가 따라오지 못하게
부리나케 회사를 박차고
일상을 뛰쳐나온다
지구는 누가 돌리나
일상은 누가 돌리나
내 삶은 누가 돌리나
매일 돌고도는 지하철이 원인인가
졸면서 탔던 버스가 원인인가
(내 발로 걸어들어간 건
절대 원인이라 부르지 말자꾸나)
매일 어디론가 날라주는 그들의 자비함은
너무나 값싸고 손쉬운 무자비함
눈앞에 보이는 자전거를 집어타고
반복이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저 한강 끄트머리로 냅다 내달린다
억겁의 윤회로부터 도망을 친다
속도를 높여 바람을 가르며
홍해에 수장 당한 이집트군처럼
따라오는 윤회의 사슬들을
바다로 쳐넣는다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 저전거가 빠르다
이젠 홀가분히 체인을 젓자
직선을 따라 곧게 달려보자
내 노래가 잘 살아있는지
내 리듬이 죽지 않았는지
머리가슴배 멀쩡한 오장육부
노래를 흥얼대며 멀쩡한 나를 털어댄다
바람따라 흘러가는 내 목소리가, 살았구나!
끝임없이 솟구쳐 흘러, 살았구나!
끝없이 반복된 전쟁통에도 살아남아
오늘자 생명책에 콩나무를 그리는구나
낮은 음이 가슴 깊은 한을 울린다
중간 음이 굳어버린 내 눈을 울린다
높은 음이 머리 끝으로 구멍을 울린다
흥얼대는 입술이 가사를 적는다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잠꼬대보다 후련하다
이말 저말 막말 신발끈
정체불명의 나쁜 놈들을 후드려 패댄다
내 노래소리를 가슴이 듣는다
내 노래가사를 머리가 씻는다
갑자기 살아난 오늘의 가사로다
이 얼마나 천인공로 감사한 기적인고
목적지에 도착해 멈춘 속도
집으로 들어가는 침묵은 참기 어렵다
귀를 막고 얼릉 자야겠구나
노래를 듣고 따라온 반복이
다시 내일을 깨우기 전
짧은 도피 깜깜한 시간안에
오늘자 노래를 마저 불러야한다
새로운 자장가로 익숙한 나를 재워야한다
*간만에 야근을 하고 저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주저리주저리 응얼거리며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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