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발톱
-신성-
발톱과 살이 닿은 경계
잘라낼 부분과 자르지 말아야할 부분
투명하지만 뚜렷한 잠정 합의된 휴전선
잘라낼 걸 자르지 못해
노력이 수포가 되고,
자르지 말 걸 잘라버려
온 몸이 전율하며 전쟁이 일어난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혼자 발톱을 못깍으셨지
가끔 가서 깍아드리면 그렇게나 기뻐하던 시절
익숙치 않은 경계가 익숙해지기까지
숫한 전쟁이 지나갔었지
경계와 경계를 구분하는 것
질량와 파동 사이
존재와 힘 사이
속도와 마찰 사이
그어진 선을 넘지 말라는 중립의 엘로카드
길을 걷듯 익숙한 선을 지나다
모르는 경계에 대한 욕심 반 호기심 반
모호한 경계에서 한바탕 다툼이 일어난다
어디까지 버리고 어디까지 지켜야할까
사소한 발톱을 자르는 찰나
익숙한 경계를 건드려놓고는
감전된듯 소스라치기 놀라
살아있는 경계에 또한번 전율한다
*발톱을 깍다 옛날 외할머니 발톱깍던 기억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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