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 섬
-신성-
하늘 가운데 떠내려온 섬
바다로 떠나려 힘들여 오르는 섬
이제 날이 풀렸으니
그 섬에 다다라야한다
옷이 젖을까 벗을까
거리가 멀까 수영할까
잠시 고뇌없이 떠내려온 섬
흙이 있는 땅
내 사는 땅을 닮은 땅
언젠가 내가 뭍힐 땅
내 여기 무엇을 남기려 올랐는가
날 심어놓고 떠나자
날 닮은 나무를 심어놓고 떠나자
내가 뭍혀 사라져도
들판에 핀 꽃을 보거라
내 흔적이 사라져도
숲에 맺힌 열매를 맛보거라
우거진 덩쿨아래 잠시 쉬다 가거라
떠내려온 땅이 또 움직인다
어쩌면 내가 움직이는지 모른다
아니 세상이 덜컹대는지 모른다
모든 게 떠내려왔다 떠내려가기에
미련없이 떠나기 전
날 심어 가꿔야한다
작열하는 태양에 시들지 않을 만큼
꽃피어 열매맺은 땅을 두들기고 가야한다
이 섬이 떠내려가기 전
내가 떠내려가기 전
꼭 그래야 한다
*옥상에 지난주 심은 방울토마토, 오이, 상추씨앗 물주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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