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라뮤즈이야기 14

#1.21[최종편] 봄의 씨앗. 그 뜻밖의 행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닫는 것. 생명을 작은 상자에 넣는 방법은 작은 상자를 준비하고 생명을 넣고 꼭꼭 닫는 것. 둘중에 어느게 말이 안되는거지? #1.21 봄의 씨앗. 그 뜻밖의 행운 얼어붙은 향기나라.. 추위와 적막감만으로 시간이 멈춘 그곳. 아무도 이전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누가 그런 추위와 겨울이 오리라고 생각했을까? 한번도 오지 않았던 미래를... 하지만 누가 또 그런 추위와 겨울이 지나가리라고 생각했을까? 한번도 오지 않았던 미래를.. 그러나 얼었던 시간은 다시 녹아 흐르기 시작했다. 땅이 녹기 시작했고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죽은 건가? 이 캄캄한 곳은 어디지?' "아.." 나의 신음소리를 듣고는 살아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1.20 승리의 끝

나는 정의를 정의하지 못한채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 싸움에서 내가 이길지 또 언제 끝날지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1.20 승리의 끝 어둡고 후덥지근하고 신음소리가 울리는 동굴. 시퍼가 있는 그 곳. 우리는 그곳에 다시 발을 디뎠다. "오빠. 뭐하려는지는 모르지만 빨리 찾아서 나가자. 시퍼가 언제 또 들이 닥칠지 몰라. 냄새도 너무 고약해.." "난 시퍼를 찾으러 왔어. 정확히는 시퍼가 우릴 찾아줘야지. 후후."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차차 알게 될꺼야." "몰라 시퍼만 안봤음 좋겠어." 나는 저번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동굴을 걸었다. 저번에 가엘소장님이 시퍼에게 당한 곳은 아주 뜨거웠는데 이곳은 그곳보다는 시원했다. "이 근처에 생명호수를 저장한 듯해. 갈수록 동굴이 점점 서늘해 지..

#1.19 뭍혀버린 향기의 씨앗

시작이 먼저 일까? 끝이 마지막 일까? 시작도 끝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우리는 본 사실처럼 이야기한다. #1.19 뭍혀버린 향기의 씨앗 나의 예상과는 달리 두루마리는 우리를 생명의 씨앗속으로도 제이 아저씨나 가엘 소장님의 머리속으로도 데려가지 못했다. 왠지 나의 상상력이 약해서 일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왜 안되는거지? 난 충분히 씨앗속으로 갈 용기가 있는데.." 옆을 쳐다보니 생명의 씨앗이 점점 땅속으로 파뭍힌게 보였다. 나의 몸의 열정도 식어져 가는게 느껴진다. "우선 생명의 물을 원점으로 돌려놔야해. 이러다간 생명의 씨앗이 파뭍혀 버리겠어. 그럼 우리 모두는 끝이야" "그걸 모르는 향기가 어딨어? 생명의 물을 시퍼가 가지고 있는데 어쩌라구.." 시퍼.. 생명호수의 물.. 향기.. 아무..

#1.18 죽음의 계곡속으로

내일 피는 꽃은 오늘의 씨앗에 근거한 것이다. 오늘 열린 씨앗은 내일의 꽃에 근거될 것이다. 하지만 내일도 생명도 존재도 그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 #1.18 죽음의 계곡속으로 바이러스는 계속 종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천지가 검은 바이러스의 내음과 먼지로 진동을 했다. 이렇게 앞으로 일어날 일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저멀리 허리케인의 검은 구름은 어느새 향기나라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쏴아악.. 허리케인의 돌풍의 도가니속에 바이러스도 향기들도 모두 하나의 소용돌이 속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끝.. 이렇게 거대한 아틀란티스 제국 향기나라도 종말을 고하는구나.. 나의 껍질을 뚫고 시커먼 바이러스포자들이 튀어나왔다. 툭툭 포자들이 터질때마다 나의 몸은 하나둘 공기중으로 산산히 부서..

#1.17 태풍의 전야제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고 존재는 무에서 나와 무로 돌아가고 향기는 꽃에서 나와 꽃으로 돌아간다. #1.17 태풍의 전야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베델과 가엘소장님을 뒷전으로 하고 나는 슬그머니 잃어버린 동산으로 올랐다. "부시럭 부시럭~~" 아무도 없을줄 알았던 잃어버린 동산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냐!!" "까~~꿍!" 깜짝 놀란 나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인이 방끗 웃으며 나타났다. "깜짝 놀랐자나. 아버님은 병상에 누워놓고 여기서 뭐하니?" "아빠는 계속 누워있으니까 심심해서 나왔지. 아빠가 씨앗 해독을 어디까지 했는지 자료도 궁금했고 말이야. 그런데 여기 근방에는 없는거같네. 하긴 여기에 종이나 자료를 둘 아빠가 아니지. 하하" "넌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니?" "그럼..

#1.15 누군가의 시나리오

고통의 근원은 무엇인가. 고통의 끝은 어디인가. 어쩌면 모든 기억을 지우는 삶의 종착역도 고통의 종지부가 아닐지 모른다. #1.15 누군가의 시나리오. 퍼즐같은 역활극. 베델은 나에게 수학문제를 자주 내곤했었다. "리겔. 세균이 1초에 2개가 된다고 가정하자구. 비커에 세균이 1분이 되니 가득찼어. 그럼 언제 반이 찼을까?" "30초??" "틀렸어. 59초야. 하하하" "엇. 그러네. 하하하" 그때는 웃으며 세균이 빨리도 퍼지네 했었는데 이제는 이 바이러스란 놈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천지가 검은 바이러스의 내음과 먼지로 진동을 했다. 이렇게 점차 어두운 아비규환의 늪으로 향기나라가 변해가는 듯했다. 우주도 여러 블랙홀이 빛을 빨아들이며 커져가다 최후에는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남..

#1.14 삶이란 머피의 법칙

고통과 신음.. 이는 살아있는 존재들만이 낼 수 있는 축복의 노래이다. #1.14 삶이란 머피의 법칙 들꽃마을에는 알수없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알수없는 먼지같은 뿌연 흑색가루가 허공을 뒤덮고 있었고 한 마디로 식물에게서 동물의 시체썩는 냄새가 났다. 나도 여기서 이 전염병에 죽는구나라는 두려움이 내 머리속을 메아리치며 뒤덮었다. "가..가까..이 가다가는 우리도.. 위..험하겠어. 리겔. 사태가.. 너무 심각해.." "...그...그렇겠지?" 나도 베델의 떨리는 말속에 더이상 가까이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베델도 두려움에 가까이 가려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멀리서 벌 한마리가 휙 날아오면서 검은 먼지 가루를 우리 쪽으로 휙 뿌렸다. "아악!" 나와 베델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벌에게 놀란것..

#1.13 일상이란 공생의 배신

영혼의 아픔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육체의 아픔. 왜 무한한 영혼은 유한한 육체의 고통에 영향을 받아야하는가? #1.13 일상이란 공생의 배신 골든 튤립-노오란 꽃과 초록빛 줄기로 향기나라에서도 유명인으로 통하는 배우다. 특히 튤립들은 이목구비가 뚜렸해서 모델이나 텔런트, 배우들으로 많은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이런 튤립들이 여기 튤립마을에 모여서 산다. 인간들이 본능에 충실한 것처럼 우리도 미끈한 몸매와 화사한 색깔이 뛰어난 튤립을 사랑하는 편이다. 물론 인간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덜 약하지만 우리 또한 아름다운 식물들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는 자연의 이치이다. 그런데...이런 아름다운 튤립 마을의 광경은 정말로 심히 참담했다. 지옥의 비명소리만 메아리쳤으니 말이다. "악! 아아~악~..

#1.12 보이지 않는 싸움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라 그리고 그렇게 많은 별들 모두가 작은 점에 불과한 이유를 알겠는가? #1.12 보이지 않는 싸움 간만에 뒤숭생숭한 마음도 씻을겸 데네브와 함께 천문관측을 나왔다. 밤하늘에 별들을 보면 내 마음도 그 깊은 밤하늘에 작은 별이 될수 있어서 좋다. 요즘 들어서 밤하늘을 보며 웃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것은 하늘에 방긋웃는 '달얼굴'을 보면서 나도 웃음을 짓기 때문이다. '달얼굴'이란 서쪽하늘에 빛나는 금성과 목성 아래 초승달이 빛나고 있어서 웃는 모양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말이다 :) 간만에 하늘이 선사해주는 윙크를 받으니 내 마음이 후련해진다. 같이 별을 보고 있는 이 친구 데네브는 별에도 관심이 많아서 200mm 반사만원경을 가지고 온 하늘을 수색하는 취미도 있다..

#1.11 '누군가'에 얽힌 비밀

범인은 범행장소에 다시 나타난다. 그 누군가가 일어난 사건의 범인이라면 말이다. #1.11 '누군가'에 얽힌 비밀 아침 일찍 제이 아저씨께 문병을 갔다. 뒤숭숭한 마음이 아저씨를 보면 괜찮아질까 해서이다. 하지만 무심히 누워있는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도리어 책임감이 밀려와 부담스럽다. 괜히 시퍼란 놈에게 왜 단호히 "NO!!"라고 못했을까하고 괜히 후회도 밀려왔다. "휴..아버지께선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제이 아저씨의 하나뿐인 딸 제인이 옆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이 아저씨의 사고후부터 정성스레 병을 간호하는 효성스러운 딸이다. "네~.간호뿐아니라 마음 고생이 심하시겠어요. 제가 별로 도움이 못되어드려서 죄송하네요." "별말씀을요. 이렇게 자주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요머."..